서정과 파격을 오가는 문지혁 첫 소설집이다. 도발과 몽환의 이야기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여덟 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만나 생경하면서도 다시 보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서정적인 센트럴 파크에서 벌어지는 범죄, 예쁜 여자친구와 함께한 밸런타인데이의 참담한 결말이 그러하다. 그가 그려낸 로맨스는 쓸쓸하면서도 몽환적이고, 더 이상 아무도 찾지 않는 DDR 댄스팀의 에이스나 한국 최초의 우주인 등 익숙한 듯 낯선 소재는 더없이 흥미롭다.
그의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황홀한 당혹’이다. 표제작인 「사자와의 이틀 밤」을 비롯한 여덟 편의 이야기들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다가 기대하지 않았던 결말을 보여준다. 이루어질 것 같았던 로맨스는 한 발자국 앞에서 단절되고(그랜드 센트럴의 연인, 사자와의 이틀 밤),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우주인이 되겠다는 결심은 로켓 발사 실패로 유예된다(스페이스맨). 읽는 이가 그려놓은 그림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당혹스럽고, 그렇기 때문에 더 유혹적인 것이 문지혁이 그려낸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