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듯 매혹되는 이야기의 끝,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이 무너진다
한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을 훔친 비밀스러운 인물의 행적을 추적해나가는 이 유려한 미스터리는 때로는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거침없이 삶을 뒤엎는 한 인물의 일생을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겹쳐가며 복원해낸다. 그렇게 내달려온 이야기의 끝, 지금까지 촘촘하게 쌓아온 서사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반전은 강렬한 전율에 목말라 있던 우리를 가을밤의 싸늘한 한기 속으로 끌어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