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시인선 94권. 1995년 국민일보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해석 시인의 <중얼거리는 천사들>은 12년 만에 선보이는 시인의 세번째 시집으로 침묵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시의 외연과 내연 모두 깊어지고 넓어지는 시의 무게감으로 시라는 이름의 그림자를 더욱 완연히 드리우고 있다.
이 묵직함, 그러나 이 수줍음. 박해석 시인의 이번 시집을 정의하는 데 있어 이 두 단어는 끝끝내 필요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시를 자유자재로 휘게 할 줄 아는데 또 그렇게 놓인 시 앞에서 부끄러움으로 스스로를 가다듬을 줄 아나니, 시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새삼 되묻게 한다. 해설이나 산문의 보탬 없이 총 3부에 걸쳐 각 24편의 시가 꼭꼭 쟁여져 시로만 72편이 수북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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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태어나 1995년 시집 『눈물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로 국민일보문학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견딜 수 없는 날들』 『하늘은 저쪽』, 동시집『동그라미는 힘이 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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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망극
부곡(部曲)의 봄날 용법
봄밤에 짓다
뻐꾸기 풍년
이 회삼물 반죽으로
한밤중에 우는 아기에게
유방을 기리는 노래
일곱 살
애오라지나무
롤러코스터 홀로코스트
불꽃놀이
누항사(陋巷詞)
알불
어느 가을날
산국
간추린 풍경
저녁연기
청어가 있는 저녁
행운동에 와서
눈송이들
무야(戊夜)
그믐치
모정
손
2부
천국에서 보낸 한철
무위의 시
한로(寒露)
연두가 새로 와도
UFO를 위한 시
비
개미지옥
동침
가족력
다시 부곡에 산다
부곡에서는 전대가 날아다닌다
부곡의 예술가
글로벌리즘을 찬양하라
두 근 반 세 근 반 하는 이 마음을
사립초등학교 아이들을 보며
소년 문사
네 노래는 거기 있어라
나, 나나니벌은
보리수나무 아래서
중얼거리는 천사들
귀뚜라미의 귀가
어느 늦가을날
매봉
조랑말 프로젝트
3부
띄어쓰기에 맞게 쓴 시
선의
나쁜 서정시 2
포스트파라다이스
2008, 무자년, 망통
훤화가
이순(耳順)의 귀를 눈으로 옮겨 적다
시월의 나비
어떤 행진 앞에서
무릎걸음으로
지혈(地血) 속으로
만리장성
꽃아, 너는 좋겠다
동묘의 모란을 보고 나와
비 내리는 테헤란로
돼지가 ㅎㅎㅎ 웃는 날
위대한 꾸[句]
종로유사(鐘路遺事)
눈 부릅뜬 눈
마지막 모닥불
파경을 향하여
빙탄의 시
자, 이제 우리 그만 작별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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