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모습을 하고 부처로 사는 일"
문학동네시인선 072 권기만 시집 『발 달린 벌』
여기 한 권의 시집이 있다. 한 시인의 첫 시집이다. 권기만이라는 이름의 시인. 그의 나이 올해로 쉰일곱. 1959년생 나이에 처음으로 가져보는 자기만의 시집은 어떤 느낌일까. 그에게 물으려 하였으나 그럴 연유가 없는 것이 이 한 권의 시집 속에 답이 다 있기 때문이다. 완독이 곧 답이 되어주었다. 밑줄 긋고 접어 읽은 그의 시집은 총 108페이지로 얇은 편에 속하는데, 내 나름의 내 시집으로는 제법 통통함을 유지하게 되었다. 천천히 썼구나. 천천히 쓰고 오래 가다듬었구나. 빨리 달리지 않았구나. 빨리 달리지 않고 두리번거리면서 걸었구나. 깊이 보았구나. 깊이 보면서 여러 번 곱씹었구나. 이토록 탄탄한 기본기의 소유자인 그가 수줍게 내민 이번 시집 『발 달린 벌』은 굵직한 뼈와 같은 시들의 모음이다. 쫀쫀한 근육들이 유기적으로 뒤엉켜 육질의 씹는 맛을 연상케도 하는 시들의 모음이다. 결국은 머리가 아닌 몸이 써낸 기록들이란 얘기다. 중년의 한 사내가 수줍게 선보이는 시편들 속에서 그가 무수히 썼다 지웠을 시어들과 문장들과 시들을 동시에 떠올려본다. 시의 지문 속에 시인의 지문이 한데 섞여 있다. 그걸 발견하고 나니 시를 읽는 기분이 달랐다. 매 편 앞에서 공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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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다. 2012년 『시산맥』을 통해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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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동거
내가 좋아하는 과일
신드바드의 모험
우르밤바
설국
이중섭의 집
어둠의 회랑
악수
목련
우물
참개구리 한 필
시지리 사람들
소래포구
욕지도
7번국도
겅중겅중
2부
어머니가 사는 곳
장마
야간 학교
배추
이팝 1
이팝 2
능소화
등대
찬밥
어머니의 양탄자
디스코텍
앞산 진달래
콩나물
휴일 오후 아파트 놀이터에 쌓인
반딧불이
못점
고추나무
3부
색채 여행
의자 7
조팝꽃
배내 가는 길
상다리 부러졌다
탑
주남 저수지
고란사 가는 길
발
장다리물떼새
물방울 나라
배리 삼존불
황룡사 구층탑
만파식적
광고로 깨어나는 아침
4부
포도 벌레 구두
황금 가재
누가 책을 몸으로 듣는가
모자
카페 오감도
도서관 1
도서관 2
도서관 3
바이칼 1
바이칼 2
발굴
내 안의 타클라마칸
하부 종족
화급
온달 호프집
그쳐도 그치지 않는
몽마르트르 이젤
해설 | 시의 힘, 설국으로 가는 기차 | 이홍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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