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시인선 77권. 1998년 「현대시학」으로 데뷔한 시인 이덕규의 세번째 시집이다. 좀 늦다 싶은 데뷔 이후 꾸준한 시작 활동을 해온 이덕규 시인의 세번째 시집 제목은 ´놈이었습니다´.
그를 만나본 적이 있거나 그의 얼굴과 체구를 마주해본 이가 있다면 딱 이거구나 할 제목 속의 ´놈´. 그는 그만큼 사내답고 그만큼 정이 크고 넘치며 그만큼 시의 스케일 또한 넓고도 깊다. 어쩌면 투박하다 할 그의 시가 다 읽고 난 뒤에 호주머니 속 꼬깃꼬깃 적어 넣은 편지처럼 소박하지만 단단한 기쁨으로 느껴지는 건 그가 어루만지는 시의 세계가 인간 사이의 어떤 ´뜨거움´, 어떤 ´결의´, 어떤 ´정의´를 향해 흔들리는 나침반의 바늘같이 미세하나마 정확함을 향해가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 또한 대부분이 그렇다.
총 4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에서 그가 주목한 건 ´찰나´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한다. 맺혀 떨어지기 직전, 담겨 건네지기 직전, 흘러넘치기 직전, 끌어안기 직전, 끓어 넘치기 직전, 예컨대 ´싹트기 전날 밤의 완두콩 심장 소리´를 유심히 귀에 담아냈듯이 말이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우는,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으로는 예민한 그의 이러한 두 얼굴이 어쩌면 그의 시를 이루는 주요한 정의가 아닐까 싶다.
누구보다 착하게 그는 시를 쓴다. 누구보다 호기롭게 그는 시를 쓴다. 무엇보다 그는 뺏기려고, 주려고 시를 쓴다. 손에 쥔 것이 있다면 탈탈 털어 네게 날아가기를 바라면서 그는 시를 쓴다. 그래서 그는 부자다. 그의 씨앗이 우리 모두에게 가 달라붙었으니 지금도 내 옷자락 끄트머리에서 그의 시가 자란다.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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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났다. 1998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밥그릇 경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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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이슬의 탄생
여름
싹트기 전날 밤의 완두콩 심장 소리
민들레 처형
끙게질
그 푸르던 봄 언덕
힘이 남아도는 가을
밥값 개값
금자 고모
개가(改嫁)
겨울비
탈상(脫喪)
저녁의 익사체
늦가을 소묘
갈근탕을 다리는 저녁
투명
호박
일기 예보
한 통에 이천 원
공장 지대
2부
포옹
야광
에쿠스
죽자 죽자 죽어버리자
울컥
허공
몸에 쓰는 편지
비 맞는 사람
상감 청자
놈
꽃뱀 울음
연꽃방
춘삼월
봄날의 비빔밥
키 큰 밤나무 아래에서
사랑이라니
눈물을 위한 탕약 한 첩
역주행
오빠
어떤 임종
당신은 누군가를 닮아간다
3부
사람이 꽃피던 시절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혹성 탈출
낮 꿈
그림자
비둘기
명함, 혹은 통성명
미끼
이웃 동네 사람들
강변 유정
김만철
밤길
일번국도
싸움하는 법을 잊었다
근황
무인도
눈사람 장례식
매미, 울음을 말리다
명명백백
문자 몸살
고슴도치
설파(說破)하는 뱀
발문 | 사내의 대지 | 김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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