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렬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를 펴낸다. 1979년 『현대문학』에 「장자(莊子)」를 발표하며 시단에 나온 26세의 시인이 시를 삶으로 삼아온 지도 어느덧 34년. 올해 생물학적 나이로 육십이 된 고형렬은 아홉번째 시집을 다음의 제사(題詞)로 시작한다. "그곳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는 내가/ 이곳으로 걸어올 수 없는 너에게". 그리고 83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뒤따른다. 지난 2013년 5월 11일은 시인의 절친이었던 고(故) 박영근이 시인의 7주기였다. "나의 두 날개는/ 그의 가슴속 하늘을 날고 있다"(「시인의 말」)는, "그래서 5월이 가기 전에 시집을 내고 싶었다"는 시인. 그러고 보니 시집 제목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도, 한 편 한 편의 시들도 마치 시인이 "이곳으로 걸어올 수 없는" 친구에게 전하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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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강원 속초에서 태어났으며, 1979년 『현대문학』에 「장자(莊子)」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시집 『대청봉 수박밭』 『사진리 대설』 『성에꽃 눈부처』 『밤 미시령』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유리체를 통과하다』, 장시집 『리틀 보이』 『붕새』 등을 펴냈다. 지훈문학상, 백석문학상, 일연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기도 양평군 지평(砥平)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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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DECEMBER 2013
터미널 옥상 승차장
벚나무에 올라간 고양이
흰 눈
이 도시의 모든 아파트는
나이테의 생활고
사랑하지 않는 시간
벋정다리 귀뚜라미의 유리창
신혼의 강설기
알아들을 수 없는 울음소리가
지루한 오후, 대형 매장에서
죽음에 부쳐진 자
어두워지는 지하도
너의 취업공고판 뒤에서
태양 마중
파리
풀과 물고기
풍찬노숙
서초동
혹한의 유리창 속
유리알 도시의 빌딩 속에서
2부
바보 스피커
검은 거울의 유리창에서
날개
너무나 삭막한 연말, 그와 함께 죽다
멀리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눈달밤
부수식물의 방
미생전(未生前) 경험의 시
시간의 압축을 반대한다
제설차(除雪車)
염좌나무가 자살을 시도하다
그의 죽음에 대한 반문
흑백필름을 지나가는 은행나무
98층의 시
부천, 가로수 아래 벤치에서
청춘의 광화문
지구
위도 35.467147, 경도 129.349180
3부
세한목(歲寒木)
대기권 밖에서 고구마 먹기
겨울의 상공 호텔
거울을 비추는 헤드라이트
경제가 어려울수록 시집은 출간된다
꼬불꼬불한 거울
눈, 마천루의 눈
도시 새벽의 공황
빠져나오지 못하는 인간의 거울
무소의 뿔
죽음에도 위성도시가 있다
21세기의 한 시절에
여자의 잠
강설이 시작되는 유리창 속에
어둠을 향해 서 있는 나목
무생물의 거리
퇴계로 교각을 쳐다보는 얼굴들
처음에 소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참새
왜가리
그 파랑새
눈
4부
시각장애인의 아침을 위하여
경악의 사각 백지
공룡의 머리
그 우물 눈송이들의 시간
내벽(內壁)을 울리는
눈의 다우스
고향 도치처럼
몽골, 그후 아파트의 세월
둘째손가락의 속눈썹
아름다워지는 디옥시리보핵산의 빛
비사회적 제비
구름 얼음을 깨는 남(南) 시인
기억은 시간에 갇히지 않는다
인조(人造)
오르키스의 자생란
눈물지렁이
다시 작년의 지하도를 통과하며
저녁, 거울을 보면 그 안에
2012년 11월 23일
일년초 댑싸리는 올해도
맹꽁이자물쇠
옷
해설 | ‘유리 도시’의 비정과 서정
| 최현식(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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