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새들은 북국으로 날아간다」를 발표하며 시단에 나온 이향 시인의 첫 시집 『희다』(문학동네시인선047)가 출간되었다. 11년 전 시인은 "첫 도전에 덜컥 당선이라니. 나는 너무 쉽게 나비가 된 것 아닌가", "막 첫잠에서 깨어난 애벌레에 불과"한 시인으로서 "말의 집 한 채를 세우기 위해 조급하게 우왕좌왕하지는 않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시인이 첫 시집 『희다』를 출간하기까지 걸린 11년의 시간을 두고, 길다거나 짧다고 간단히 평하기는 그래서 쉽지 않다. 다만 "잃어버린 목탑을 세우는 마음으로 한 층 한 층 탑을 쌓아올리고 싶"었다는 시인의 다짐이 『희다』라는 견고한 결실을 맺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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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경북 감포에서 태어났다.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200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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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끼고 있던 반지를 벗었다
목단
사과
목련
반지
밤의 그늘
독백
웃음
새끼손가락
라일락 꽃잎 술렁이는
기념일
의자
흔적
한사람
슬픔은 잠시 벗어둔 모자쯤으로 알았는데
두통
소
극장 화장실
시
2부 흰 붕대를 다 풀 수는 없어
붉은 소문
식육점
비늘
무덤
모과
입술
그곳
이웃집 남자
산수유
사막에서
노파
경계
슬픔에도 허기가 있다
비눗방울이 앉았던 자리
젊은 남자
소리 아는 여자
가야산-예리사람들
개들은 여섯시를 기다린다
일출
3부 세상의 모든 소리는 강으로 갔다
한순간
노인들
식탁
패밀리
금방 터지고 말 실밥처럼
같이 가지 못해 미안해요
장례식
무슨 사연이기에
끈
새벽미사
이력서
낮잠
그래요, 강이 너무 크군요
우체국 가는 길
감포
둘째
44호
노을
저녁
침대는 한 번도 누운 적이 없다
욕조
희다
해설|그녀 몸에 가려진 그늘의 바림에 나는 쓰네
|양경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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