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인 「빛나는 단도」는 시인의 내면을 솔직하게, 그래서 투박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전해준다. 태생적인 불구, 그래서 고단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온 꼽추 친구는 시인에게 죽음의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다. 이 죽음의 충동은 역설적으로 술잔을 채우고 춤을 추는 역동적인 삶을 떠올리게 한다. 앞으로만 진행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모두는 지나가는 존재. 미래는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게 불안하지만, 이 세상이, 가혹한 시간이 볼 수 있도록 피를 묻히는 것. 그것이 정철훈에게는 시가 아닐까. 이번 시집은 그의 언어의 피, 시의 피를 위해 비밀 주머니에서 그가 꺼내든 "빛나는 단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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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1983년 국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러시아 외무성 외교아카데미 역사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1997년 『창작과비평』에 「백야」 등 6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살고 싶은 아침』 『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 『개 같은 신념』 『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인간의 악보』 『카인의 정원』 『소설 김알렉산드라』가 있다. 그밖에 『뒤집어져야 문학이다』 『소련은 살아있다』 『김알렉산드라 평전』 『옐찐과 21세기 러시아』 『백석 시선』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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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나는 오리 농장을 견학하는 눈을 뜨고
증발하는 조카
칼
무효
눈물이라는 말의 탄생
손풍금 소리
한 번의 지옥과 세 번의 비가(悲歌)
감청색 벨벳 치마의 추억
모스크바 베르나드스코보 37번지
이별의 기술
표휴하는 것들과 함께
단둥으로 가는 물통씨
독서의 습관
모든 밤은 주인 없이 지나간다
빛나는 단도
2부
슬픔의 고고학
제국카페에서 쓰는 편지
상하이 레퀴엠
모든 복은 당신께
엘리베이터에서 눈을 감는 일
파천(播遷)
밤에 쓰는 편지
개꿈
근로자의 날
왼쪽 복숭아뼈에 관한 슬픈 오마주
속초
균열
나의 등은 없다
지금도 모르는 것은
외면
3부
4인 가족의 행로
1941년 회봉골 사진
폭풍 속에서
슬픔으로 줄어드는 키
유리창 아이
참이가 내리신다
사람의 마지막 일
충돌
옌안 기행
아버지를 이대로 보낼 수 없다
잊혀진 신(神)
세상의 속도
부의 봉투가 화혼 봉투로 바뀐 이유
영근이의 고무신 한 짝
김규동과 아버지의 구두
적막의 자리
4부
7번 국도에 관한 사유
불시착의 재구성
잘린 혀를 위한 헌사
심가기(尋家記)
제비
자동차가 있는 풍경
곰팡이의 하루
한 정거장을 가는 동안
인간에 대한 독서
내 마음의 중부지방
아나키스트의 숲
시작과 끝
톈산의 사랑
수취인 불명
나는 사과를 더 깎아야 한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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