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과 신인을 아우르면서, 당대 한국시의 가장 모험적인 가능성들을 적극 발굴해서 독자들에게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문학동네 시인선」이 새로이 나왔다. ‘문학동네시인선’의 그 첫 포문을 여는 『아메바』는 최승호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기획에서부터 말랑말랑한 생각의 덩어리로부터 출발한 이번 시집은 시인이 그간 펴낸 열두 권의 시집을 토대로 생겨났다. 소제목을 붙이고 본문보다 글씨 크기를 줄인 58편의 작은 詩行들을 앞선 시집들에서 고르고 이를 토대로 세 가지, 혹은 네 가지로 자유롭게 확산되거나 오므라드는 발상의 변주를 자유자재로 적어나갔다. 옷이나 화장이나 장신구 같은 꾸밈의 도구들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제 몸뚱이가 표출해내는 오감만을 입은 언어들에서, 상상력을 넘어선 직관의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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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춘천에서 태어났다. 197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후 『대설주의보』 『세속도시의 즐거움』 『반딧불 보호구역』 『그로테스크』 『고비』 등의 시집을 출간하면서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시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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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A
그 오징어
해체되기 위하여
나의 두개골
문자
유령들
우리
M
달빛
쥐
우화
배꼽
전생
횟집
제 머리
붕괴
O
그믐
밤
그동안
과일바구니
우리는
E
죽어서
어느 날
팔려가는 쇠고기
언젠가는
침묵
나는 간빙기의 인간
이제는 미라
싸락눈
8미터
북어
대도시
어느 여행객
언젠가 낙타가
B
피
내가 빚어지기 전
나는 결코 미라가 되지는 않을 것
연중강우량 1mm
갉아먹힌 문자
방황
문법
O
벽
나비
변기
살
벌어진 손의 상처
첫 몽정
관능
Z
끈적한 죽음
그 눈
한낮의 골목
등
늙은 말
소금
그러나 어두운 영혼
O
상표
죽어서는
고무호스
석탄
A
아직 태어나지 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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