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시네아에게

김경진 | 마음세상 | 2017년 12월 18일 |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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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 둘시네아에게 보내는 연서(戀書)

이 시집은 시인의 영원할 사랑의 대상인 둘시네아에게 보내는 연서(戀書)다. 첫 시부터 마지막 시까지 사랑의 편지라고 봐도 된다. 진실하고 간절한 사랑 시들로만 시집 한 권을 이어놓았다. 시인에게 사랑이란 “말로 다 할 수가 없겠습니다/ 눈으로 다 전 할 수가 없겠습니다/ 미열이 일어났다 신열로 불붙습니다”라고 표현된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사랑을 외면하며 살 수 없다. 사랑을 하려면 시인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에서도 의미를 찾아내고 그리워하며 아파하며 사랑에 깊이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 사랑하지 않을 때가 없다. 사랑하지 못할 것이 없다. 사랑은 살아감의 원천이다.
시인의 사랑은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 문득 문득 바람도 아프다” 이렇게 아픔의 지속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인의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보고 있어도 더 보고 싶어지는// 사랑하고 있어도 또 사랑하고 싶은// 영원할 그리움”의 대상인 둘시네아를 향해 가고 또 간다. 사랑을 하려면 시인처럼 하자.
오랜 기간 극도의 고통과 맞서 싸우던 시인의 아내가 결국 지난 십일월 세상과 이별을 했다. 그래서 시인에게 십일월은 “십일월은 그리움이 그리움을 토해내는 시간입니다/ 나뭇잎이 다른 나뭇잎에 포개져야 외롭지 않듯/ 중첩된 그리움들이 몸을 섞고 있습니다/ 스산한 바람에 그을린 햇빛이 낙엽이 되고/ 깃을 세우고 목을 움츠린 사람들의 언어는/ 낙엽에 사무칩니다/ 그리하여 십일월은 사무친 그리움들에게/ 겹겹이 포위되어 있습니다”라고 표현되고 만다.
사랑하는 사람을 끝내 지켜내지 못하고 보낸 사람은 살아갈 날이 모두 아프다. 그립다. 서럽다. 병상을 지키며 시를 쓰고 아내의 머리맡에서 한 자, 한 자 읽어주기도 했을 시인의 그 아리고 안타까운 사랑이 다른 세상으로 떠난 둘시네아, 시인의 아내의 가슴에서 지금도 읽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이 시집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거나 온전한 평온을 가지고 있거나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둘시네아들에게 사랑은 절대 끝나지 않을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편지”라고 말하고 있다.


▶ 사랑을 한다면, 시처럼

보고 있어도 더 보고 싶어지는 둘시네아여! 너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바람의 결에도 있다 가고 깃털구름 속에도 있다 간다 하지만 내 속에는 담석처럼 뭉쳐서 있기만 한다 가지 않는다
사랑하고 있어도 또 사랑하고 싶은 둘시네아여! 너는 어느 곳에도 있고 없다 나무껍질 사이에도 붙었다 가고 새의 부리에 붙어 날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나에게만은 늑골 사이에 둥지를 틀고 움직이지 않는다
둘시네아여! 너는 나에게 영원할 그리움이다



▶ 본문 속으로


사랑하는 것은 파도처럼 멈추지 않고 달려가고 바위처럼 끄떡없이 받아주는 것입니다_17

그대가 손을 놓고 돌아옴을 잊은 것처럼, 뒤돌아 서도 닿을 수 없는 소식 같은 잔 물살만 갯바위에 걸려 있네요 그대 불러보다 쓸만한 쓸쓸함을 건져 올렸다오_18

이슬이 서리가 되는 이유는 풀잎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_21

풀잎에 앉은 서리처럼 사랑하는 것은 즐거운 소멸입니다_21

우산대가 가운데 있는 것은 어깨를 나란히 대고 둘이서 쓰라는 겁니다_22

억만년의 시간이 억만 번의 스침들이 우리를 만나 사랑하게 했다는 것을_27

그리움 같은 생의 부스럭거림을 잡고 말줄임표에 둘러싸여 나는 월정리의 바다에 포위된다_32

나무 같은 사랑을 하자 그 자리에서 시간을 다 이루며 변해도 변하지 않는 굳건히 서 있는 사랑을 하자_33

너를 향한 발자국 편지는 멈추지 않아 네가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너를 향한 내 발걸음이 멈출 수 없는 것처럼_41

그대를 눈꺼풀에 붙여놓고 든든합니다 바라볼 수 없어서 애닯아 하는 것보다 눈병으로 껌 딱지처럼 함께하는 것이 내게는 강렬한 행복입니다_51

오늘은 절대 외로움에 지치지 않게 하소서 누구라도 어깨를 빌려주고 아픈 이야기들이 눈물 흘렸다 가게 하소서_67

격렬하게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해도 어디 그립지 않겠습니까 사랑 속에도 그리움이 남아 있어야 더 애틋해지는 거지요 그리움이 소멸되면 사랑도 소멸되고 맙니다_83

뒤섞여야 섞임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각자에게 길을 내어주고
단단히 곁에 있는 것이
완벽한 섞임이라는 것을_104

너무나 보고 싶었어 또는 사랑해 라고 크게 외치고 있다는 것을 그냥이라는 말은 숨겨두고 있다_115

밥 한 끼 지어 먹자는 말 밥 먹고 하자는 흔한 인사를 나는 최고로 친다_117

저자소개

김경진

시문학 신인문학상과 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서울우유에 근무하면서 꾸준히 작품을 쓰고 있다. 펴낸 시집으로 <서른 살의 사랑> <나는 그리움을 타고 너에게로 간다> <나도 생리를 한다> <사랑은 낮은 곳에서 운다> <달팽이가 무섭다> <뜨거운 멍>이 있고 산문집으로 <내 눈 속에 그대가 들어왔다> <그대에게 다 하지 못한 말>이 있다.

목차소개

序詩_10

제1부 사랑하는 것은 즐거운 소멸입니다

꽃_13
사랑하는 나의 둘시네아에게_14
숲에서 쓰는 편지_16
바다의 사랑은_17
세화바다에서_18
꽃잎에 손을 씻으며_19
풀잎에 앉은 서리처럼_21
우산 사용 설명서_22
댓잎에 바람이 이는 것처럼_24
인연_26
너를 향한 시간_28
너에게_30
세화바당_31
월정리 연가_32
나무 같은 사랑_33
보고자 한다는 말_35

제2부 많이 아파요 많이 그리워요

사랑_38
독감_39
발자국 편지_40
우산 같은 사랑_42
나팔 꽃_44
별에 새긴 얼굴_45
소멸시효_46
동행_47
물봉선화 에게_49
해바라기_51
구절초 편지_52
멈출 수 없는 사랑_54
기생초처럼_ 56
수레국화에게_58
깊은 길_59
가을앓이_61

제3부 그리움 한 자락 깔고

경계_63
씨앗_64
가슴우체통_65
작지 않은 기도_67
인동 꽃_69
개망초_71
너의 뒤에서_72
갈대 숲 연가_74
허물_75
등바라기_ 77
가을 숲에 누워_79
눈병_81
그리움 한 자락 깔고_82
수줍은 고백_83
고드름_85
거리_87

제4부 데이지 같은 여자

데이지 같은 여자_89
너의 방 앞에서_91
산수국 옆에서_93
짐승처럼_95
소리 이야기_97
눈물로 눈물에게_98
신호등 앞에서_ 100
십일월_102
소주 한 잔_103
김밥 한 줄_104
바람처럼 살자_ 105
영평사에서_107
궁평항에서_109
나뭇잎 고백_111
신발_ 113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_115
밥한 끼 지어 먹자_117
작가의 말_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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