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대와 해방기를 거친 진보적 지식인 소설가 채만식(1902. 6. 17~1950. 6. 11)은 전북 임피에서 태어나 서울의 중앙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의 제일와세다고등학원 문과에서 수학하였다. 1924년 12월 단편소설 「세 길로」를 발표(이광수 추천)하여 등단한 이후로 동아일보,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하면서 소설 창작활동을 펼치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2주 전 폐결핵으로 영면하였다.
그는 전통적인 전(傳) 소설인 『심청전』과 『춘향전』 등의 영향 아래 『탁류』, 『태평천하』와 같은 장편소설을 통해 새로운 풍자의 미학을 선보였으며,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 「소망」, 「생명」과 같은 빼어난 단편소설을 남긴 작가다. 또한 일제 말기 자신의 대일 협력문제를 성찰한 「민족의 죄인」과 「낙조」를 발표함으로써 민족과 개인과 사회의 문제에 관한 천착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1930년대와 1940년대에 걸쳐, 다시 말해 한국전쟁 직전에 타계하기까지 ‘작품으로 말하기’라는 작가 윤리를 자신의 생애 윤리로서 실천한 그는 처음부터 지식인의 자의식을 날카롭게 투시한, 예컨대 지식인소설 유형으로 독자적인 면모를 획득하였다. 또한 지식계급으로서의 자의식이 민중적 현실과 폭넓게 접촉하였을 때는 비극적 리얼리즘의 창작방법을, 그렇지 않고 대상에 대한 통렬한 풍자?희화화의 정신이 현실 가공의 미학적 정신을 철저하게 지배하게 되었을 때는 강렬한 풍자적 리얼리즘의 소설세계를 이루었다.
특히 계급적 관념의 현실 인식 감각과 전래의 구전문학 형식을 오늘에 되살리는 특유한 진술 형식 창조는 그의 소설을 특징짓는 또 다른 요소로 소위 동반자작가로서의 의식적 출발을 마련하기도 하였으며 이로부터 벗어나는 과정 역시 1930년대 지성사의 맥락에서 정신의 한 보편 굴절 양상을 살피게 하는 유력한 사례이다.
소설 외에 수편의 희곡과 시나리오 작품을 남긴 그의 다채로운 이력과 실험적 기법으로 인해 채만식 문학은 오늘날에도 끊임없는 문학 연구자와 독자들의 주목을 이끌고 있다. 전라북도 군산시에 그의 문학 업적을 기리기 위한 채만식문학관이 건립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