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회의록]은 1908년 [황구서적조합]에서 간행한 작품이다. 각종 동물들을 등장시켜 [인간 사회와 인간]이란 논제를 통해 인간 사회의 부조리와 현실을 비판, 풍자하는 우화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이 다른 신소설과 다른 점은 '나'라는 1인칭 관찰자의 시점을 통하여 인간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관찰자인 '나'가 꿈속에서 인간의 비리와 인간의 간사한 현실 사회를 성토(聲討)하는 동물들의 회의장에 들어가 동물들의 회의 내용을 기록하여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액자소설의 형태와 몽유록계(系) 고대소설의 성격을 보여 주는 것이다. 즉, 꿈속에서 현실을 비판한 후 꿈을 깬다는 식의 서사적 구조를 보이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 [금수회의록]은 일반적으로 신소설들이 지니고 있는 소재·주제의 한계를 벗어나 있는 점에서도 그 문학사적 의의가 크다 할 수 있다. 즉, 권선징악적 주제나 이야기 서술에 치우치지 않고 현실 비판의 주제 의식과 1인칭 관찰자 시점을 통하여 구체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신소설 작품과 구별된다.
작품의 전체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서언 : 인간 사회 개탄 - 금수회의소 방청
2) 개회취지 : 회장의 개회 취지
3) 반포지효(反哺之孝)-까마귀 :제일석, 인간의 불효와 부실함을 동서 고금의 전거를 예로 들어가며 규탄
4)호가호위(狐假虎威) :제이석, 한 나라가 다른 나라 국세에 의존함과 인간의 음란을 아울러 규탄
5)정와어해(井蛙語解)-개구리:제삼석, 개화인의 내실이 없는 대외국관의 오류 및 관권과 도당의 해독을 비난,
6)구밀복검(口蜜腹劍)-벌:제사석,강대국에 의한 약육 강식의 풍조와 기독교 신앙에 의한 국민적 구제를 제의
7)무장공자(無腸公子)-게:제오석,국민들의 무주체성과 불법외인에 대한 무저항을 비난
8)영영지극(營營之極)-파리:제육석,인간들의 신의가 없음을 비난하고 아울러 사리사욕을 규탄
9)가정맹어호(茄政猛於虎)-호랑이:제칠석,전쟁에 있어서의 과학의 악용 및 현대 국가의 물욕과 포악함을 통박
10)쌍거쌍래(雙去雙來)-원앙:제팔석,인간의 음란성을 개탄하면서 정상적인 일부일처제를 주장
11)폐회 : 반성과 회개 촉구
이 소설에서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한마디로 금수보다 못한 세상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서언에서 작가 자신이 도덕과 의리의 붕과, 염치와 절개의 없어짐을 탄식하고 있는 대목은 이 작가의 시대 인식이 어느 각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당시 실정으로 볼 때 1905년의 을사보호조약 이후 대외적으로는 일제의 침략세력이 노골화되었고, 대내적으로는 확장되는 외세의 압력에 대응할 만한 주체적인 세력이 확립되지 못한 채 혼란을 자초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이른바 이러한 개화 풍조에 편승하여 혼미를 거듭하고 있던 당시 사회 각층의 의식구조와 지배층의 학정으로 인하여 온갖 비리가 횡행하던 양반 관료의 부패상에 대한 날카로운 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금수회의록은 한말의 시대 상황 속에서 국권수호와 자주의식을 고취하여 무너져 버린 인간 윤리의 회복을 강조하기 위해 인간 세계를 비판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