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부터 꾸준히 다양한 형식과 층위에서 삶을 조망해 온 유익서의 새로운 소설집 가 뚜렷하게 지향하는 바 역시 현실문제에 대한 관심과 비판의 지평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익서는 사건의 정황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사실성이란, 이 경우 묘사방법의 치밀함이라든가, 개연성의 밀도를 의미한다기보다는 인물간의 관계와 사건전개에 치중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인물의 내면풍경보다는 그 인물이 처한 상황에 소설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집에 실린 두편의 중편에서는 주인공들의 내적 갈등이 매우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서사의 요건이 내면묘사 여부에 달린 것은 물론 아니지만, 유익서의 소설적 향방이 지향하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고, 소설적 관심이 현실의 다양한 문제에 걸쳐 있으면서도 삶의 부침을 견디어 가는 고독한 개인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는 '여전히 찾아야 할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유호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과 욕망, 자기해탈의 염원이 가져다주는 인간이해와 사회, 제도, 공동체의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윤리적 자의식을 이번 소설집은 동시에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