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의 선물
은반 위에서 인어가 미끄러지듯 춤을 추다가 제비처럼 하늘을 납니다. 태풍이 몰아치듯 홀 안이 소용돌이칩니다. 빨강 옷을 날개 삼아 종횡무진 홀 안을 누비는 아름답고 우아한 공작 한 마리.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딸이자 누이이자 언니인 김연아 선수의 2014년까지의 모습입니다. 김연아가 가는 곳이면 늘 태극기와 애국가가 따라다녔습니다. 피겨 스케이트의 불모지나 다름이 없는 한국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것도 모자라 역대 최고의 피겨스케이터가 된 자랑스러운 김연아. 그런 김연아가 시니어 무대에 등장한 2008년에 비장의 카드로 꺼내 든 작품이 FREE의 [세헤라자데]였지요. 단숨에 월드 챔피언의 영예를 안겨 준 [세헤라자데]는 지금 생각해도 김연아 선수와 흡사할 정도로 닮은, 지혜롭고 아름다운 페르시아 재상의 딸이었습니다. 어쩌면 김연아야말로 세헤라자데의 환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 속의 세헤라자데를 연상케 하는 완벽한 일치감. 그래서 김연아의 금메달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마침내 김연아 선수는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소치올림픽에서는 안타깝게 금메달을 도둑질 당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녀를 능가할 수 있는 여자 피겨 스케이터는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아마 상당 기간 나오지 않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천 하루 동안 살인의 왕 「샤리아」에게 쉼 없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침내 끔찍한 살인의 늪에서 살아 나왔음은 물론, 지혜로운 왕으로 거듭 나게 했고, 왕의 사랑을 받고 왕비가 된 배짱 두둑한 아름답고 지혜로운 [세헤라자데]였으니까요. 그렇게 김연아라는 피겨스케이터는 한국의 국민들에게 세헤라자데로 각인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세헤라자데라는 여인에 대하여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요? 혹은 그녀를 찬미하며 노래하고 발레로 표현 된 사실과 곡에 대하여서는요? 천일야화(千一夜話)나 「아라비안나이트」로는 들어봄직한 작품 속의 주인공이 바로 세헤라자데라는 사실은요?
김연아 선수가 우리에게 준 선물을 이제 아시겠습니까? 바로 세헤라자데의 지혜와 아름다움을 선물한 것입니다. 그녀처럼 위험한 곳에 목숨을 걸고 들어가 불행에 처한 이웃도 구하고 자신도 살아남은 것처럼 김연아 선수는 필마단기로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어 최고봉에 우뚝 선 모습으로 우리에게 무한의 희망을 주었습니다. 어찌 큰 선물이 아니겠는지요.
믿지 못하시겠다고요? 그럼 이 책을 끝까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능히 세헤라자데의 지혜를 스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의 노력은 감수를 해야겠지만 말이지요.
그럼 여행을 떠나 보기로 할까요? 참, 김연아 선수가 연기했던 음악 「세헤라자데」를 일단 감상해 보자고요. 한숨 돌리고 가자는 취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