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와 소작인의 갈등을 그리고 있는 최 서방 에는 지주의 가혹한 수탈로 이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는농민들의 삶이 나타나고 있다. 1929년 이후 수년간의 침묵 후에 다시 작품 활동을 떠나는 농민들의 삶이 나타나고 있다. 새벽부터 분주히 뚜드리기 시작한 최서방네 벼마당질은 해가 졌건만 인제야 겨우 부추질이 끝났다. 일꾼들은 어둡기 전에 작석을 하여 치우려고 부리나케 섬몽이를 튼다. 그러나 최서방은 아침부터 찾아와 마당질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우들부들 떨며 마당가에 쭉 늘어선 차인꾼들을 볼 때에 섬몽이를 틀 힘조차 나지 않았다. 그는 실상 마당질 끝나는 것이 귀치않다느니보다 죽기만치나 겁이 난 것이다. 그것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와 호미값(胡米價)이라 약값(藥價)이라 하고 조르는 것을 벼를 뚜드려서 준다고 오늘 내일 하고 미뤄오던 것인데 급기야 벼를 뚜드리고 보니 그들의 빚은 갚기는커녕 송지주의 농채도 다 갚기에 벼 한 알이 남아서지 않을 것 같아서 으레 싸움이 일어나리라 예상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