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례
대상 수상작
모르는 영역 | 권여선
대상 수상작가 자선작
전갱이의 맛
대상 수상작가 수상소감
대상 수상작가 인터뷰
작품론
타자의 의미를 이해하는 법 | 방민호(문학평론가)
우수작품상 수상작
연말 특집 | 김미월
컬리지 포크 | 김봉곤
그 밤과 마음 | 김연수
공의 기원 | 김희선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 | 최옥정
아치디에서 | 최은영
기수상작가 자선작
곡부_이후 | 강영숙
제19회 이효석문학상 심사평
이효석 작가 연보
◆ 출판사 서평
닿으려 하지만 결코 닿지 못하는 낮달 같은 인간관계 포착
어느 봄날, 불현듯 주인공 명덕은 동료들과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여주에 간 딸 다영 일행을 만나러 가기로 한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명덕과 다영은 어색한 부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펜션에서 딸과 재회한 후에도 명덕은 밥값 문제로 다영과 다투기까지 하며 좀체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겉돈다. 다영 일행에게 밥을 사주고 체면치레를 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이 못마땅한 다영. 역시 오랜만에 아버지를 만났는데 밥값 문제로 화만 내는 딸에게 서운한 명덕. 이 작품은 갈등의 와중에도 이렇듯 서로 겉도는 둘의 모습에서 현대인이 겪는 단절과 고독, 소통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그래서 여운을 남기듯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명덕이 바라본 낮달의 상징성은 의미심장하다. “왜 아침달 낮달 저녁달이 아니고 모두 낮달인가 생각하다, 해 뜨고 뜬 달은 죄다 낮달인 게지, 생각했다. 해는 늘 낮달만 만나고, 그러니 해 입장에서 밤에 뜨는 달은 영영 모르는 거지,”(본문 43쪽) 심사평에서 언급한 대로, 이 소설에서 낮달은 이들 “부녀 사이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며 모든 생명체에 깃든 삶의 쓸쓸함에 대한 공명으로 이어지는 효과”(본문 357쪽)를 드러낸다. 이 소설은 결국 우리네 삶이란 그 ‘모르는 영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많은 단절과 오해의 변주일지도 모른다는 상념에 젖게 만든다.
2018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수상작 소개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8≫은 모두 여섯 편의 우수작품상 수상작이 실렸다. 김미월 작가의 <연말 특집>은 성폭력 피해와 연대하지 않은 과거의 불편함과 마주한다. 주인공 선은 과거 자신이 얹혀살았던 대학 선배 김영미의 근황을 전하는 문자메시지를 받고는 잊히지 않는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과에서 따돌림 당했던 ‘룸메’이자 선배인 김영미의―선 자신이 당할 수도 있었던―몰래카메라 피해 사건이었다. 구효서 소설가의 평처럼, 집단의 횡포에 연약하게 휘둘리는 개인의 실존을 젠더 문제와 겹쳐놓고 있는 이 소설은 작가 특유의 순진하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입담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봉곤 작가의 유려한 글솜씨가 돋보이는 <컬리지 포크>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퀴어(성소수자) 문학을 잘 보여준다. 일본 교토를 배경으로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 작품은 퀴어의 사랑을 치밀하고 섬세하며 감각적인 필치로 그려낸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오정희 소설가의 평가처럼, 자신의 일상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작가 특유의 사소설적 경향이 이 성장의 고통을 내밀하게 감싸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김연수 작가의 <그 밤과 마음>은 시를 빼앗긴 시인 백석(1912~1996)의 삶과 고뇌를 객관적인 자료와 빼어난 문학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 기행은 백석의 본명(백기행)이다. 소설은 시인 백석이 아닌 인간 백기행을 서술하면서 시인의 영혼을 빼앗는 권력의 실체를 드러낸다. 이는 배경이 된 1950년대 북한은 물론 오늘날의 한국 현실과도 겹치면서, 전성태 소설가의 말대로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가능케 한다.
김희선 작가의 <공의 기원>은 “팩트와 픽션을 마구잡이로 뒤섞은 서술 방식의 독특함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영국이 만든 공 하나가 19세기 조선에 건너갔다면? 이라는 다소 황당한 역사적 가정을 재기발랄한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로 풀어냈다. 전성태 소설가의 평가처럼, “‘축구공’이라는 평범한 사물의 역사에서 촉발된 관심이 제일세계와 제삼세계, 거대 자본의 횡포와 노동 착취의 현장으로 이어지다가 어느새 서양의 모순을 판박이처럼 재현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 쪽으로 갑작스럽게 선회하는 장면”에서는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이 단순한 지적 유희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의 최옥정 소설가는 안타깝게도 이 작품을 쓰는 동안 암 투병 중이었고, 끝내 2018년 9월 13일 54세를 일기로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런 만큼 이 소설은 죽음에 대한 작가의 처절한 사유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신수정 문학평론가는 “하루아침에 시한부 인생으로 전락해버린 화자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펼쳐내는 고백은 회한과 허무로 가득 차 있는가 하면, ‘앉을 수 없는 종이의자’의 부조리를 삶의 본질로 받아들이는 과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최은영 작가의 <아치디에서>는 작가의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에 수록된 작품이다. 주인공인 ‘나’는 브라질 사람 랄도다. 어머니 집에 얹혀살며 대마초나 피면서 무기력하게 지내는 인물이다. 랄도는 여자친구 일레인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아일랜드로 왔다가 화산 폭발로 인해 아치디라는 곳에 눌러앉고 만다. 아일랜드 깡촌인 그곳에서 랄도가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온 하민이라는 여성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작품은 외국을 무대로 화자도 외국인으로 설정해서 전개되는데, 최은영 작가 특유의 매끄러운 문장과 감수성이 돋보인다. 정홍수 문학평론가는 “글로벌한 이주를 경험하고 있는 시대에 다양한 청춘들의 삶의 실존이 잘 드러나는” 소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