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 (문학동네시인선 115)

이용한 | 문학동네 | 2019년 02월 0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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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죽고 싶은 것과 살고 싶지 않은 것은 달라요
둘 사이의 공백을 견디는 게 삶이죠"
―살아가는 것과 살아지는 것에 대하여. 나의 속도와 세상의 속도에 대하여.
데뷔 23년, 시인 이용한의 세 번째 시집

문학동네시인선 115 이용한 시집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을 펴낸다.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첫 시집 『정신은 아프다』을 1996년에, 두 번째 시집 『안녕, 후두둑 씨』를 10년 뒤인 2006년에 펴냈으니 무려 12년 만이다. "등단 후 10년은 여행가로 떠돌았고, 이후 11년은 고양이 작가로 활동"했다 말하는 그. "돌아갈 곳 없는 이상한 방랑"은 그칠 줄 모르고, "삶은 복잡하지만 생존은 단순한 거"라는 "묘생"을 곱씹는 시에서 지난 삶의 흔적이 엿보인다.

저자소개

1969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정신은 아프다』 『안녕, 후두둑 씨』가 있으며, 산문집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등과 동화 『고양이 별』이 있다.

목차소개

시인의 말

1부 불안들
날조된 측면/ 한밤의 몽키 스패너/ 불안들/ 고래의 밤/ 고백/ 가지 마/ 밀월/ 아홉시의 랭보 씨/ 십 분간/ 기억의 고집/ 속물/ 아무튼/ 무관한 근황/ 겨자 氏로부터/ 배후

2부 묘생
우체부 아줌마/ 고양이 아가씨/ 불가능한 다방/ 고양이 랭보 씨/ 묘생 1/ 묘생 2/ 고양이들아, 오늘밤 나오지 않을래?/ 고양이 밥/ 그 여자의 꼬리/ 슬리퍼/ 로드킬/ 퇴폐적인 사내/ 당신의 로맹 가리/ 없는 당신

3부 코펜하겐
코펜하겐/ 만달고비/ 호텔 만달라/ 고비의 사내/ 마두에서 알타이 가는 법/ 뼈의 노래/ 미친 골목/ 푸른색의 고향/ 샤를루아의 말고기 푸줏간/ 매달린 저녁/ 시레토코/ 바얀달라이

4부 조캉사원의 기타리스트
경(經)을 먹는 개/ 조캉사원의 기타리스트/ 가릉빈가(迦陵頻伽)/ 야크호텔/ 치치쏘소!/ 티베트의 시간/ 붐브그르/ 곡성/ 수수꽃다리역/ 귀룽나무 자서전/ 한 그루 사내/ 상관없음/ 치자나무 詩/ 내가 소년이었을 무렵

해설| 자신의 속도로 흐르는 인생, 묘생, 그리고 여행
김동원(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죽고 싶은 것과 살고 싶지 않은 것은 달라요

둘 사이의 공백을 견디는 게 삶이죠”

―살아가는 것과 살아지는 것에 대하여. 나의 속도와 세상의 속도에 대하여.

데뷔 23년, 시인 이용한의 세 번째 시집



문학동네시인선 115 이용한 시집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을 펴낸다.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첫 시집 『정신은 아프다』을 1996년에, 두 번째 시집 『안녕, 후두둑 씨』를 10년 뒤인 2006년에 펴냈으니 무려 12년 만이다. ‘등단 후 10년은 여행가로 떠돌았고, 이후 11년은 고양이 작가로 활동’했다 말하는 그. “돌아갈 곳 없는 이상한 방랑”은 그칠 줄 모르고, “삶은 복잡하지만 생존은 단순한 거”라는 ‘묘생’을 곱씹는 시에서 지난 삶의 흔적이 엿보인다.


총 4부로 나누어 담긴 55편의 시는 ‘인생’에서 시작해(1부 ‘불안들’), 2부의 ‘묘생’을 거쳐, 떠돌며 보고 느낀 허허로움과 충만함(3부 ‘코펜하겐’)을 지나, 또다른 시선으로 마주하는 삶-아닌 삶(4부 ‘조캉사원의 기타리스트’)으로 돌아온다. 떠도는 사람, 고양이를 지켜보는 사람, 시를 쓰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 시인의 이러한 정체성은 독자로 하여금 세계를 이전과는 다른 속도감으로,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 가령 이런 구절들로 말이다.





티베트의 시간은

말과 야크가 걷는 속도로 흘러간다

_「티베트의 시간」 부분



평생 밖에서 떠도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

골목은 갸륵하고 지붕은 달콤하죠

_「고양이 아가씨」 부분



오늘도 가장 멀리서 온 발자국을 하나씩 내다버리지 이왕 망하는 거 우리 최선을 다해 멸망에 도착하는 거야 내일은 또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_「고백」 부분



“마두역을 열두 바퀴 돌면 알타이 아이막이다”(「마두역에서 알타이 가는 법」). 요컨대 마두역을 알타이 아이막의 속도로 거닐면 마두역이 알타이 아이막이 된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 터이다. 방랑자와 고양이, 그리고 시인으로서 살아가기. 탈현실하여 자연 혹은 이상, 초현실로 나아가는 작업이 아니다. 이용한은 세상이 정한 속도에 휩쓸려 이 정체성들을 잃지 않도록 분투하는 듯하다. “무중력상태인// 나에게 잡다한 균열을 파종”(「날조된 측면」)하는 속도의 부산물들. “웃는 표정을 걸어놓고 나는 울었다”고 말하는 사람, “보세요, 여기가 이미 바닥이에요/ 뛰어내릴 수도 없는 반지하 창문에 박힌 노란 달”을 바라보며 “불면을 건너면 불안”(「불안들」)이라 느끼는 사람은 살아가는 것인가, 살아지는 것인가.


“모든 연민은 구석에서 식어가요/ 마음속에서 마음을 찾는 것만큼 외로운 일도 없을 거예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누구나 혼자 걸어가는 망령인걸요”. “어차피 처음으로 돌아갈 순 없어요/ 묘생은 짧고 달밤은 깊어요/ 야옹 이야옹 거기 누구 없어요?/ 야옹 이야옹 그냥 한번 울어봤어요”. ‘불가능한 다방’에서 ‘고양이 아가씨’에게 듣는 삶의 비밀. “알라신의 도움 없이는 아무도 이 골목을 빠져나갈 수 없”(「미친 골목」)에서 “떠나고 보니 나는 떠나고 싶어졌다”(「아홉시의 랭보 씨」)는 생각을 하게 되는 타지에서의 나라는 존재.


삶은 때로 회한과 심란함으로 가득하다. 웃는 표정을 걸어놓고 우는 시간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이 시집을 읽는 우리의 삶 또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미로 같은 골목 9000개가 나 있는 모로코의 도시 ‘페스’에서 시인에게 손 내밀던 소년을 떠올린다. 150디르함이면 왔던 곳으로 돌아가게 해주겠다던.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그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이 정말 ‘왔던 곳’ 바로 거기일까. 이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우리는 이전과 똑같은 높이와 방향에서 삶을 바라볼까. 자기만의 무드로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 단순명료하게 뒤집힌 삶을 택한 존재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시인의 말



비루의 혀를 나무에 매달았으니

너는 훨훨 낙엽 져서

멸망에 닿으리라.



2018년 겨울

이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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