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의 아름다운 호수 지방 페르가나 출신으로 시골 양계장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샤는 가무잡잡한 피부에 늘씬한 몸매 서글서글하게 큰 눈과 육감적인 입술 등 에로 영화 엠마누엘 시리즈 중 흑인 여배우가 엠마누엘로 캐스팅 된 작품의 주인공을 연상하게 하는 여인……. 그녀가 일하는 양계장 인근 농장에 머물며 글을 쓰고 있는 소설가 나 는 그녀를 보면서 ‘이왕 돈을 벌기 위해 먼 이국땅까지 왔으면 시골 양계장에서 알을 거두고 선별하는 일이나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도심의 나이트클럽에서 무용수라도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그래서 환락의 복판에서 뭇 남성들을 호리는 것이…….’ 이런 생각을 한다. ‘아이샤의 사랑’은 그녀와 소설가 사이의 기묘한(?) 사랑을 그린 헤르만 헤세의 단편을 연상하게 하는 서정성 짙은 작품이다. 또 다른 단편 ‘창조주 저격당하다’는 불로장생의 꿈을 향한 신의 질서와 인간질서 사이의 갈등을 그린 SF 계열의 작품……. 두 편의 동화 ‘비무장 지대에서 온 아이’와 ‘그 소리를 아시나요?’는 현실 풍자를 곁들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화의 정석에 충실한 작품으로 현실 풍자를 곁들인 성인 독자들에게도 괜찮은 읽을거리가 될 수 있는 작품이다. 콩트 ‘천사와 강냉이’ 역시 팍팍한 현실을 풍자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