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1925년 1월 《조선문단》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복녀’라는 주인공이 가난한 환경 속에서 도덕적인 의지를 상실하고, 거듭되는 매춘 행위와 애욕의 질투 때문에 끝내는 비극적인 파멸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복녀의 극단적인 파멸, 곧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는 두 가지의 구체적 요인이 작용한다. 하나는 가난이라는 사회적 요인이며 다른 하나는 시기심과 애욕이라는 개인적인 요인이다.
복녀는 엄한 가정교육을 받아 윤리관념이 철저했던 여인이다. 그녀는 가난 때문에 80원에 몸이 팔려 20년 연상의 남편과 결혼하게 되는데, 남편의 게으름과 빈곤 때문에 도시 변두리인 칠성문밖 빈민굴 주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빈민굴에 떨어진 복녀는 급기야 감독에게 매춘을 함으로써 ‘일 안하고 품삯 많이 받는 인부’가 되고 만다. 복녀는 이 부분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빈곤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락과 파멸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는 점에서 당대의 식민지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독에게 몸을 맡긴 후 복녀의 성격은 급변하며, 복녀의 체험은 개인적인 것으로 제한된다. 복녀의 삶은 가난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시기심에 의해 규정된다. 복녀는 매춘행위를 통해 어느 정도의 재산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도덕적인 행위를 일삼는다. 이 단계에 오면 앞서 복녀를 파멸의 길로 이끌던 가난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게 된다. 복녀는 결국 돈과 애욕에만 집착하는 여인으로 그 성격이 변화되며, 그것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제시함에 있어서 아무런 주관적 논평도 가미하지 않으면서 사건의 경과만을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가의 간결한 문체는 이러한 태도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복녀의 죽음을 놓고 왕서방과 의사, 그리고 복녀의 남편이 돈을 주고 받는 장면에 대한 간결한 묘사는 인상적이다. 작가의 이러한 자연주의적 태도는 한국 현대소설사에서는 물론 작가 자신에게서도 다시 찾기 힘들 만큼 철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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