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랑 시인의 시모음집이다. 이 시에서 `모란 은 여러 가지 꽃 중의 하나이면서 지상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지상의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그것을 아무리 아끼고 보존하려 하여도 영원할 수가 없다. 태어난 것은 언젠가 죽어야 하며 피어난 것은 마침내 떨어져야 한다. 태어남과 피어남이 기쁨이라면 죽음과 떨어짐은 슬픔이다. 산다는 것은 이러한 기쁨과 슬픔을 모두 맛보며 주어진 시간을 누리는 일이다. 김영랑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주제로 삼았다. 모란이 피기까지 그는 아직 봄을 기다린다. 아름다운 모란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어난 꽃은 져야 하는 것. 그는 어느 날 모란이 모두 지고 말면 환희와 보람을 잃고 슬픔에 잠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꼭 모란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그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 부분이다. 김영랑은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라고 노래한다. 또 `삼백 예순 날 한양 섭섭해 우옵내다 라고도 한다. 과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수 없다. 우리의 삶은 여러 가지 일들로 차 있으며 우리는 어느 하나에서 슬픔을 맛보더라도 다른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생활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의 모든 관심을 자신의 내면 생활과 아름다움에의 소망으로 가득 채운다. 그렇게 살아가는 이에게 있어서 가장 사랑하는 꽃의 소멸은 곧 모든 보람이 무너지고 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슬픔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다시 봄을 기다린다. 물론 그는 다시 돌아오는 봄도 곧 지나가야 하며 새로 피어날 모란도 얼마 있지 않아 떨어지고 만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그 봄은 보람과 환희로만 가득한 계절이 아니라 슬픔의 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슬픔을 맛보아야 하는 줄 알면서도 아름다움을 삶의 가장 높은 가치로 삼는 그에게 봄은 삶의 유일한 보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