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골 로반』은 「국제PEN 망명북한펜센터」를 이끌고 있는 두 분 탈북작가의 작품집이다. 김정애씨는 Pen센터 현 이사장이고 이지명씨는 현 편집국장이며 전 이사장을 지낸 분이다. 두 분 다 북한에서 조선중앙작가동맹 소속 도작가동맹 원으로 활동했던 분들이고 남한에서 새로이 등단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서기골 로반』은 두 분의 작품집이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북한의 진솔한 이야기가 잔잔하고도 아름답게 때로는 안타깝게 총 10편의 단편소설 속에 담겨져 있다. 정권의 난맥상 가난 굶주림 죽음 그리고 탈북… 이런 삶을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 속에서 그래도 인간으로의 ‘복귀’를 갈망하고 결국 ‘인간의 향기’를 뿜어내는 사람의 삶을 포착해내는 이 작품들은 가슴 뭉클하게 하는 적잖은 감동이 있다. 『서기골 로반』은 소설의 공간 배경이 상당히 넓다. 북한 중국 남한이라는 3개 지역에 걸쳐 있다. 탈북과정과 연계되어 있을 텐데 전형적인 난민의 공간이다. 가난 굶주림 죽음 그리고 폭정에 의하여 뿌리 뽑혀진 삶을 어떻게든 추슬러 보고자 이들 소설의 주인공들은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이들의 삶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쫓기는 신세다. 가난과 굶주림은 사라졌다 하더라도. 그 불안과 쫓김 신세를 해소하기 위하여 다시 몸을 일으켜 이들이 찾아온 곳이 남한이다. 그러나 남한에 들어와 정착하고서도 이들 속의 어떤 껄끄러움은 여전히 남는다.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 그리움 회한 등등… 이들의 난민의식은 완전히는 해소되지 않는다. 탈북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난민소설’이라고 하여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레마르크의 『개선문』 같은 난민소설과는 달리 그 전체적인 기조가 결코 어둡지 않다. 오히려 어둠을 뚫고 나오는 밝음 긍정성의 기조가 짙다. 가난 굶주림 죽음 그리고 무엇보다 정권의 폭압을 뚫고 나와 여기 살아 있다는 데에서 오는 희망과 긍지라고나 할까. 가난과 굶주림 폭정은 끝나지 않았고 난민의 삶은 이어지겠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탈북주민들의 희망과 긍지가 이 소설집 속에 담겨져 있다. 이 희망과 긍지는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과 북한주민들에게 우선 용기를 주겠지만 남한주민들에게도 적잖은 희망과 용기 그리고 생각들을 줄 게 틀림없다. 희망과 용기 다 소중하다. 생각들은 더욱 중요하다. 탈북자 관련 책자들은 많이 있지만 책 전반의 보편성이라는 관점에서 『서기골 로반』은 탁월하며 매우 좋은 작품이다. 호주머니에 별 부담이 안 된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