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로 등산을 떠난 "애니"는 폭우를 피해 "여행자 쉼터"가 있는 어떤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그녀와 일행이 들어간 숲은 평범한 숲이 아니었고, 환각과 혼란이 일행들을 점점 옥죄어간다.
결국 애니는 연인 "빌"을 두고 혼자서 악몽 같은 숲에서 빠져나오게 되고, 숲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에는 저주와 같은 검은 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애니는 빌을 두고 왔다는 죄책감으로 한시도 잠에 들지 못하고 점점 피폐해진다.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그녀를 보다 못한 동생 "제임스"가 다시 숲에 들어가지는 제안을 하게 되고,
제임스와 애니, 실종된 이들의 다큐를 찍고 싶어 하는 기자들까지 동행하여 다시 나무들의 그림자가 가득한 숲으로 들어간다.
사방이 절벽으로 막힌 숲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을 놓아주지 않으려 몸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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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리고, 눈을 깜빡이는 짧은 순간. 사람의 의식은 무뎌진다.
그리고 숲의 어둠은 그 순간을 노리고 더욱 가까이 다가와 그들을 미혹한다.
육신에 엉겨 붙은 저주 같이 방문자를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회귀의 숲"은 어느새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핀란드 신화에서 ‘새’들은 생명의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새들이 영혼을 물어오며 죽을 때면 다시 영혼을 거두어 갑니다.
그래서 사람이 자는 것을 죽었다고 착각하여 새들이 영혼을 물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로 깎은 새인 “영혼 새”를 머리맡에 두고 자기도 합니다.
즉 시엔루린투(Sielulintu)라고 하는 새 조각품은 꿈속에서 영혼이 길을 잃지 않도록 막아 주는 것이지요.
작중에서도 계속해서 애니의 눈에 보이는 새들은 돌아올 수밖에 없는 저주와 동시에 그녀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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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새와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어두웠고 별 하나 보이지 않았다.
숲은 칠흑으로 뒤덮였고 아직 남아 있는 안개와 같이 섞여서 검은 바다 위에서 오두막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새들은 깃털을 손질하거나 나무를 쪼지 않고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는 듯이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기만 했다.
나무 위에 앉아있는 흉측한 새들은 빌을 저곳에 두고 나옴으로 인한 죄책감임에 분명했다.
그런 공포감과 동시에 애니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은 희미한 기대감이었다.
숲 한가운데 있는 여행자 쉼터에 도달하기만 한다면 그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빌을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