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해설>
현진건(玄鎭健)이 지은 단편소설. 1924년 6월 『개벽』 48호에 발표되었다. 한 인력거꾼에게 비오는 날 불어닥친 행운이 결국 아내의 죽음이라는 불행으로 역전되고 만다는, 제목부터 반어적(反語的)인 소설이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어느 날, ‘재수가 옴 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인력거꾼 김 첨지에게 행운이 불어닥친다. 아침 댓바람에 손님을 둘이나 태워 80전을 번 것이다.
거기에다가, 며칠 전부터 앓아누운 마누라에게 그렇게도 원하던 설렁탕 국물을 사줄 수 있으리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를, 1원 50전으로 불러 세운 학생 손님까지 만났기 때문이다.
엄청난 행운에 신나게 인력거를 끌면서도 그의 가슴을 누르는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하던 마누라 말이 계속 마음에 켕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손님과 흥정하여 또 한 차례 벌이를 한 후 이 ‘기적’적인 벌이의 기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하여 길가 선술집에 들른다.
‘훈훈하고 뜨뜻’한 선술집의 생생한 분위기 속에서 얼큰히 술이 오르자, 김 첨지는 마누라에 대한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리려 건주정을 하며 ‘원수엣돈’을 팽개치기도 하고 미친 듯이 울고 웃는다.
마침내 취기 오른 김 첨지가 설렁탕 국물을 사들고 집에 들어오자, 이미 숨진 마누라와 빈 젖꼭지를 빨고 있는 개똥이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괴상하게도’ 운수가 좋았던 오늘 닥친 마누라의 죽음에 김 첨지 혼자 비통하게 울부짖는다.
이 소설은 반어(反語)에 의하여 그 비극적 효과가 잘 드러나고 있는, 하나의 초점을 향하여 매우 치밀하게 구성된 작품이다.
또한, 비의 배경도 아주 의미 깊게 설정되어 있다. 끊임없이 환기되는 불결한 겨울비의 이미지는 아내의 죽음을 예시하는 기능적 배경일 뿐만 아니라, 김 첨지가 놓인 ‘추적추적’한 환경 자체를 상징한다. 그것은 식민지 도시의 하층민의 열악한 삶을 그대로 표상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작가가 현실을 이상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실상에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김 첨지는 특수한 개인이 아니라, 식민지 민중이 겪는 고난을 대표하는 전형(典型)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이러한 김 첨지라는 인물전형의 창조는 1920년대 중반, 민중의 삶을 주로 다룬 신경향파문학(新傾向派文學)의 대두와 그 맥락이 닿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작가 개인의 문학적 변모에 주목하여볼 때, 이 작품은 지식인 중심의 초기 자전적 소설을 청산하고, 식민지의 현실을 정직하게 대면하여 그 가장 큰 희생자인 민중의 운명을 추구하는 작업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현진건의 소설 중 사회의식과 반어적 단편 양식이 가장 적절히 결합된 것으로서, 1920년대 사실주의적 단편소설의 백미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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