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문학동네시인선 128)

황규관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19일 | EPUB

이용가능환경 : Windows/Android/iOS 구매 후, PC,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파일 용량 제한없이 다운로드 및 열람이 가능합니다.

구매

종이책 정가 10,000원

전자책 정가 7,000원

판매가 7,000원

도서소개

“가난이란 때때로 입이 큰 바구니 같아서 / 흙 묻은 나물도 담기고 / 봄볕이 쓴 편지가 걸어들어오기도 한다”

문학동네시인선 128 황규관 시집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가 출간되었다. 2015년 펴낸 『정오가 온다』 이후 근 4년 만에 선보이는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이다. 총 4부로 시를 나누어 담아낸 시인의 태도에서 전과는 사뭇 달라진 어떤 목소리를 살짝도 듣게 되는데 이는 나이 먹음이라는 당연함에서 오는 구부러짐이 아니라 나이 놓음이라는 공부에서 오는 여유도 일견 한몫을 했으리라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다. 물론 이때 내가 나를 붙듦에 있어서의 고집은 단단한 그 세기를 자랑함은 물론이다. 황규관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않게 읽힌다. 부 제목만 줄줄 읽어봐도 그러하다. “인간은 모두 호미의 자식들이다” “시는 당신을 아프게 하려고 온다” “과거가 납빛 같은 회벽일 리 없다” “우리는 노란 참외 꽃을 가꿔야 한다”, 이 네 문장이 문패로 걸린 부 제목만 손끝으로 따라 읽어봐도 그러하다. 응당 맞는 이야기가 옳음이라는 지루함 없이 우리에게 빠른 속도로 와 들어찬다. 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알아버린 것만 같은 그 시의 명료한 번짐. 이상하지, 별스러운 소리를 한 게 아닌데 그게 별스러운 시로 절로 와 기억을 잠식하는 것이. 이상하지 특별히 가르치는 말씀을 한 게 아닌데 그게 들리는 시로 절로 와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시를 그저 한 인간으로 두고 사는 이의 넘어짐과 일어남과 잠듦과 깸과 노동함과 쉼과 이 모든 과정의 반복이, 달리 말해 일상이라는 그것이 유난스러운 포장지에 싸임 없이 막 사가지고 나온 촘촘한 거름망의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그야말로 자연스러움의 ‘자연’, 그대로의 시들. 시인 스스로 “나를 소박한 자연주의자로 불러도 상관없다”라고 했으렷다. 소박함의 결코 소박할 수 없음을 아는, 아무튼 뭣 좀 아는 자이기도 한 까닭에 이 시집의 제목에서 오는 주체의 의지에 곁의 우리가 절로 리듬을 타며 무한 긍정의 에너지를 살짝 쐬어보게도 되는 것이다. 이번 차가 왔다. 그냥 보내자. 일단 한번 보내기도 해보자. 놓친 게 아니다. 내가 놓은 것이다. 나는 놓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얼마나 늦으랴. 인생에서 그 늦음은 얼마나 큰 틈이 되랴. 그 벌어진 틈 사이로 들어찰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그거, 있겠지만 일단은 에둘러 자연이라 해두련다.

저자소개

전주시 교동에서 태어났다. 제철소에서 일하며 쓴 시로 전태일문학상을 받고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활동했다. 『철산동 우체국』 『물은 제 길을 간다』 『패배는 나의 힘』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정오가 온다』 같은 시집을 냈다.

목차소개

시인의 말

1부 인간은 모두 호미의 자식들이다
총파업 / 호미 / 모래의 시간 / 불의 시대 / 슈퍼 문 / 큰 싸움 / 토끼와 어머니 / 어린 은행나무 / 길 / 폐지 줍는 노인 / 가장 큰 언어 / 문래동 마치코바, 이후 /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ㄱ자의 각도 /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 불에 대하여

2부 시는 당신을 아프게 하려고 온다
바깥으로부터 / 바람의 길 / 나쁜 시 / 고요에 대하여 / 첫눈 / 아름다움이라는 느린 화살 / 블랙홀 / 성 / 죽음의 공간 / 저녁노을 / 어지러운 길 / 아무것도 오지 말아라 / 몸이 꿈을 만든다

3부 과거가 납빛 같은 회벽일 리 없다
소년을 위하여 / 강물 / 가뭄 / 국수 한 그릇 / 때 / 위대한 유산 / 옛집 / 눈 / 5백 원짜리 동전 / 쌀 세 포대 / 떠나지 않은 시간 / 섬 / 작골

4부 우리는 노란 참외 꽃을 가꿔야 한다
자본론 / 끼워 죽이다 / 한 시간 / 돌아가지 말자 / 그들이 온다 / 묵상 / 그해 봄 / 노동자 / 자유는 무성하지만 / 블랙리스트 / 민주주의는? / 좁쌀만한 /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는 / 우리가 혁명이 됩시다! / 헌시 / 4월

해설 | 세계의 기원 | 박수연(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가난이란 때때로 입이 큰 바구니 같아서
흙 묻은 나물도 담기고
봄볕이 쓴 편지가 걸어들어오기도 한다”

문학동네시인선 128 황규관 시집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가 출간되었다. 2015년 펴낸 『정오가 온다』 이후 근 4년 만에 선보이는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이다. 총 4부로 시를 나누어 담아낸 시인의 태도에서 전과는 사뭇 달라진 어떤 목소리를 살짝도 듣게 되는데 이는 나이 먹음이라는 당연함에서 오는 구부러짐이 아니라 나이 놓음이라는 공부에서 오는 여유도 일견 한몫을 했으리라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다. 물론 이때 내가 나를 붙듦에 있어서의 고집은 단단한 그 세기를 자랑함은 물론이다. 황규관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않게 읽힌다. 부 제목만 줄줄 읽어봐도 그러하다. “인간은 모두 호미의 자식들이다” “시는 당신을 아프게 하려고 온다” “과거가 납빛 같은 회벽일 리 없다” “우리는 노란 참외 꽃을 가꿔야 한다”, 이 네 문장이 문패로 걸린 부 제목만 손끝으로 따라 읽어봐도 그러하다. 응당 맞는 이야기가 옳음이라는 지루함 없이 우리에게 빠른 속도로 와 들어찬다. 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알아버린 것만 같은 그 시의 명료한 번짐. 이상하지, 별스러운 소리를 한 게 아닌데 그게 별스러운 시로 절로 와 기억을 잠식하는 것이. 이상하지 특별히 가르치는 말씀을 한 게 아닌데 그게 들리는 시로 절로 와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시를 그저 한 인간으로 두고 사는 이의 넘어짐과 일어남과 잠듦과 깸과 노동함과 쉼과 이 모든 과정의 반복이, 달리 말해 일상이라는 그것이 유난스러운 포장지에 싸임 없이 막 사가지고 나온 촘촘한 거름망의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그야말로 자연스러움의 ‘자연’, 그대로의 시들. 시인 스스로 “나를 소박한 자연주의자로 불러도 상관없다”라고 했으렷다. 소박함의 결코 소박할 수 없음을 아는, 아무튼 뭣 좀 아는 자이기도 한 까닭에 이 시집의 제목에서 오는 주체의 의지에 곁의 우리가 절로 리듬을 타며 무한 긍정의 에너지를 살짝 쐬어보게도 되는 것이다. 이번 차가 왔다. 그냥 보내자. 일단 한번 보내기도 해보자. 놓친 게 아니다. 내가 놓은 것이다. 나는 놓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얼마나 늦으랴. 인생에서 그 늦음은 얼마나 큰 틈이 되랴. 그 벌어진 틈 사이로 들어찰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그거, 있겠지만 일단은 에둘러 자연이라 해두련다.


리듬은 사물과 존재들의 율동일 것이다. 혁명이었다가, 모래였다가, 아픔이었다가, 신생인 그것은 아득하고 가까운 감정들의 총체이다. 황규관의 두 세계, 혁명의 세계와 자연적 기원의 세계가 이렇게 있다. 절망했으나 모래처럼 작아진 몸으로 노동의 이성을 되살려 신생하기를 꿈꾸는 황규관과 바람의 노래를 기억하면서 강과 들판과 들길의 소년을 기억하여 다른 몸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황규관이 그 세계의 주인공이다.
_박수연 해설 「세계의 기원」 중에서

회원리뷰 (0)

현재 회원리뷰가 없습니다.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