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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여태껏 나는 그걸 몰랐다. 어느덧 훌쩍 지나버린 시간이 화초처럼 불쑥 솟아 있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다 정작 끊임없이 허공 속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은 꿈을 꾸곤 했다. 날마다 보이지 않는 것들과 싸우고 또 그만큼씩 새로운 상처를 얻는 나의 사랑법은 아내와 같이 눕기만 하면 금욕주의자가 돼버렸다. 나는 그럴수록 꿈속에서조차 어디론가 필사적으로 도주해가고 있었다. 민지가 크는 동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오직 허공에 발을 딛고 있다는 느낌뿐이다.
하지만 한 여자는 달랐다. 휘영. 이름에서 바람 냄새가 났던 그녀. 10년이 지났어도 기억나는 것은 나에게 거리에서 추던 살사 그리고 새들이 들려준 즉흥 노래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본인이 기억할 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외롭겠다’라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느낌은 변하지 않았다. 왜인지 위태롭게 흔들리는 느낌, 사랑받고 싶어 하는 남자, 눈가에 주름이 있는 얼굴. 아마 나보고 웃기는 자식이라고 소리치겠지만 워 어쩌겠는가. 맨땅에 헤딩하는 내 자신이 많이 외로워 보이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