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 사냥

김도연 | 내인생의책 | 2013년 11월 27일 | PDF

이용가능환경 : Windows/Android/iOS 구매 후, PC,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파일 용량 제한없이 다운로드 및 열람이 가능합니다.

구매

종이책 정가 14,000원

전자책 정가 11,200원

판매가 11,200원

도서소개

대관령 눈과 바람의 작가 김도연이 고독한 청소년의 마음을 보듬다!
너는 결코 틀리지 않아
현실에서 튕겨 나가고 싶고, 이성에 눈이 가는 건 내 생애 첫 고독이 시작됐다는 신호다. 결코 나의 반항과 감정 그리고 호기심은 틀린 것이 아니다. 청소년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고독이다. 처음으로 스스로를 성찰할 기회를 줄 뿐 아니라, 보다 객관적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생애 첫 번째 기회이고, 감정의 홍수 속에 있어도 모두 성장의 양분으로 흡수 할 수 있는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들 청소년은 불안정하고 슬프고 가슴 아프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사람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 청소년 자신이 그것이 틀린 것 일까 봐, 이러면 안 되는 것 일까 봐 불안해하는 것을 모른다. 하지만 진표는 알고 있다. 그것이 고독 때문이라는 것을.
대관령 눈과 바람의 작가 김도연은 어른도 청소년도 모르고 지나쳤던 그 시기의 시리도록 푸르른 청춘의 이유에 대해 눈처럼 하얗지만 포근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눈부심을 선사한다.

죽는 날까지 함께 하는 친구, 고독
내 생애 일어난 고독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고 있는가?
내년이면 춘천으로 유학을 가는 강원도 산골소년 진표는 열여섯의 마지막 겨울을 보내고 있다. 친구들과 산에서 스키를 타고 집에서 춤을 추는 게 일과의 전부일 정도로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자유로움도 잠시 갑자기 부모님과 동생들이 사라진 것이다! 더불어 폭설이 내린 탓에 산 중턱에 있는 진표의 집은 고립과 다름없어지고……. 진표는 처음으로 모든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눈이 펑펑 오던 날, 산토끼 사냥을 나선 진표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토끼에게 안달을 내며 검둥이와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쫓아간다. 그러자 갑자기 토끼가 말을 하기 시작하고, 다 컸다고 생각한 진표에게 자꾸만 의문을 던진다. 너희 가족이 정말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넌 아직 코흘리개 어린애라는 말과 함께. 말하는 토끼를 만나고 난 뒤 부터, 진표의 삶은 뒤집히기 시작한다! 집안의 가축들도 진표를 향해 반항하기 시작하는데……. 소년 진표에게 처음으로 찾아온 짙은 외로움과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자신만의 감성. 그렇게, 진표는 생애 첫 번째 고독을 맞이한다.

왜 하필 산토끼 사냥일까?
소년을 토끼를 쫓고 세상은 소년을 쫓는다
토끼는 항상 쫓기는 존재다. 사냥꾼으로부터, 들짐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몸짓으로 토끼는 항상 온힘을 다해 뛰어 도망간다. 세상에 튕기고 싶은 십대. 학업에 쫓기고, 어른들에 쫓기고, 기대에 쫓기는 청소년들은 마치 토끼 같다. 뛰고 뛰어 또 뛰어서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려 애쓰는 토끼. 하지만 이들이 가장 토끼 같은 것은 항상 뒤돌아보며 적이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모습이다. 그들도 항상 뒤돌아보며 확인한다. 나를 잘 쫓아오고 있는지, 나를 놓치지는 않았는지. 도망가고 있지만 나를 놓치지 말라는 신호처럼 말이다. 결국 산토끼 사냥은 십대의 현주소이자, 스스로를 붙잡고 묻기 위해,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기 위해 떠나는 청소년의 긴 여정인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람이 되고 싶은 토끼는 마늘을 씹고, 어른이 되기 위해 소년은 고독을 씹는다
이야기 속 토끼는 사람이 되기 위해 동굴 속에서 쓰디 쓴 마늘을 씹는다. 마늘을 씹어야지만 사람 말을 할 수 있는 토끼는 맛이 없다며 욕하면서도 꾸역꾸역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마늘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훌쩍 어른이 되어 버린 진표. 진표가 혼자 먹은 밥이, 진표가 혼자 쓸어내린 지붕의 눈이, 진표가 혼자 씹어 먹었던 토끼의 간이 어쩌면 고독이었던 것은 아닐까. 소년은 어른이 되기 위해 맛도 없고 멋도 없는 고독을 그렇게 씹었나보다. 사람은 누구나 성장하기 위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거치며 성장의 밑거름으로 무언가를 섭취한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눈물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고통일 수도 있다. 우리의 주인공 진표에게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눈 덮인 산골에서 씹었던 짙은 외로움, 고독이 그것은 아니었을까.


세대를 뛰어넘는 사춘기에 대한 공감,
고고와 디스코의 세대가 아이돌 세대를 이해하기 시작하다
작품의 배경은 70년대 강원도 산골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촌스럽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둘다섯’의 <밤배>,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시 낭송 등 서정성과 시대의 감각이 물씬 느껴지는 소재들로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다. 이 작품은 과거의 이야기도 현재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 중턱 어드메쯤 소년들의 이야기로 살아 숨 쉬고 있다. 어머니가 읽고 소년의 현재를 이해하고, 소년이 읽고 아버지의 과거를 이해하는 훈훈한 아이러니 속에서 이야기는 세대를 휘돌아 감성을 공유한다. 마치 진표가 어린 시절, 그토록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 소주 한잔으로 위로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나이가 들어 진표는 늙은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그 시절 왜 그랬느냐고. 아버지는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그땐 다들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고. 진표는 할 말을 잃고 아버지의 잔에 술을 따르고 자신도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 작가의 말
토끼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토끼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토끼장 앞을 떠나지 않았다. 토끼는 마치 내게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토끼는 산에도 살았다. 사람들은 그 토끼를 산토끼라 불렀다. 토끼는 아주 멋진 이야기임이 틀림없다고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어느 밤 토끼 꿈을 꾸고 나서. 토끼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토끼를 빙자한 어떤 이야기를 쓴 것 같다. 왠지 토끼에게 농락당한 기분인데 입에서는 벙글벙글 웃음이 흘러내린다. 아, 믿을지 모르겠지만 전생이 토끼였던 사람도 있다. 나는 토끼를 쫓아다니면서 자라났다. 그런데 요즈음 드는 생각은 내가 토끼를 쫓아다닌 게 아니라 토끼가 나를 쫓아다녔고 나는 잡히지 않으려 부지런히 도망친 것만 같다. 뭐, 그게 그거겠지만. 오늘도 토끼는 깡충깡충 뛰어서 사냥꾼을 따돌리지만 언제나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끝이 없는 이야기처럼.

◆ 본문
진표네 식구 역시 아버지의 술주정을 피해 선화네 집으로 피란 간 적이 여러 번이었다. 그렇게 남의 집 아궁이 앞에 모여 앉아 훌쩍거리다가, 까딱까딱 졸다가, 마침내 아버지가 잠이 들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진표는 술 취해 집에 들어와 술주정을 부리는 마을의 아버지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밥상을 내던지고 엄마를 때리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아버지들을. 그럴 만한 별다른 이유가 없음에도. 마치 학교에서 월요일마다 운동장 조회를 하듯 아버지들은 술주정을 부렸다.
-18~19쪽

그들은, 아니 산짐승들은 모두 돌 벽에 기댄 채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우물우물 먹고 있었다. 진표는 다시 눈을 비비고 산짐승들의 행동거지를 살폈다. 동굴 속에는 산토끼 외에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산짐승들이 모여 있었다.
-82쪽

“설마…… 인간이 되겠다고 이걸 먹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인간이 되려고 먹는 거야. 끄윽!”
토끼의 입에서 마늘 냄새가 확 피어났다. 진표는 코를 막았다.
“왜?”
“인간이 되고 싶으니까.”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라고 믿는거야?”
“그러니까 먹는 거지.”
-84쪽

허리까지 눈에 푹푹 빠지는 겨울 산을 오르다 보면 진정 인생이 무엇인가 하는 눈구덩이 같은 질문에 빠져들게 됩니다. 제대로 빠지면 올라오기 힘든 질문이죠. 어제 제가 마침내 내린 결론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인생은 고독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고독한 인생을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 물론 옆에 개 한 마리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96쪽

이불 속으로 들어온 분이의 발가락은 익숙하게 진표를 찾아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선화의 발도 더듬더듬 진표의 왼쪽 다리를 찾고 있었다. 진표는 헛기침과 함께 다리를 거둬들어야만 했다. 분이는 휘파람을 불며 노래를 따라갔다. 노래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진표는 꼼짝할 수 없었다. 등과 겨드랑이에 땀이 솟고 있었다. 잔잔한 멜로디의 노래를 비집고 벽 너머 외양간에서 소의 긴 숨소리가 넘어왔다. 테네시 왈츠는 그렇게 끝이 났다.
-147쪽

바람이 소나무 가지에 얹힌 눈을 장막처럼 늘어뜨렸다. 진표는 두 손에 쥐고 있는 나무 폴로 속도를 조정했다. 까딱 잘못해 방향을 틀지 못하면 저 아래의 계곡으로 날개 없는 새가 되어 날아가는 수가 있었다. 진표는 생각했다. 동굴 속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집을 떠나간 가족들은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스키는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잘 나갔다. 최고의 설질이었다. 마치 구름 위를 달리는 기분이었다.
-184~185쪽

“독감? 가축도 독감에 걸려?”
“사람만 독감에 걸리는 게 아냐. 참, 독감 얘기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나가서 볼 좀 더 때 줘. 닭들이 춥다고 난리야.”
“…… 나더러, 지금, 불을 때라고?”
“응. 쟤네들 감기 걸려 죽으면 엄마 아버지한테 뭐라 할 건데?”
“너는 왜 안 때는데?”
“개보고 아궁이에 불을 때라고? 불 때는 개 본적 있어?”
“…… 없어.”
“일어선 김에 니가 덮고 있던 이불 소 좀 덮어 줘.”
진표는 부엌과 통하는 쪽문을 열고 나왔다. 검둥이는 문턱에 턱을 올려놓은 채 아궁이에 불을 피우는 진표를 감시하듯 내려다보았다. 진표는 말이 안 나왔다. 아궁이의 불은 잘 붙지 않고 매운 연기를 무럭무럭 게워 냈다. 말이 안 나오니 나오는 것은 눈물밖에 없었다.
-198~199쪽

저자소개

지은이 김도연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마치고 춘천으로 갔다. 속칭 '뺑뺑이'라는 걸 돌려 춘천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낯선 도시에서의 고등학교 생활은 조금 우울했다. 늦게 찾아온 사춘기와 안개처럼 몰려드는 고독 속에서 점점 말을 잃어갔던 날들이었다. 대학은 국문과로 가고 싶었는데 막상 불문학과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프랑스 소설들을 조금씩 훔쳐보며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소설가가 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대학 재학시절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돌, 구르는 소리》로 당선 됐다(1991년). 휴전선에서 근무하는 병사의 이야기다. 대학을 졸업하고 수원에서 살았다. 수원 화성을 따라 걸으며 소설을 꿈꿨다. 그곳에서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1996년). 대학시절에 썼던 소설을 고쳐 쓴 것인데 최루탄 분분히 날렸던 80년대 검문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여전히 추위는 가시지 않았고 수원 생활도 정리해야만 했다.
춘천에서 잠시 머물다가 2000년 1월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도 역시 엄동설한의 겨울이었다. 고향에 새로 생긴 작은 도서관에 앉아 추위를 달래며 책을 넘기고 소설을 끼적거렸다. 소설에 대한 꿈을 이제 그만 포기할까 고민하며 집과 도서관을 오가고 있던 차에 신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밤중에 당선 소식을 알려주는 게 믿어지지 않았는데 휴대폰을 잡은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게 바로 2000년 제1회 중앙신인문학상 당선 소식을 알리는 중앙일보 문화부기자의 전화였다. 추위가 조금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부터 게으르게 소설을 쓰며 지금까지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십오야월》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 《아흔아홉》, 산문집 《눈 이야기》 《영嶺》이 있다.
이 중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목차소개

1. 홀로 남다
- 산토끼 사냥을 시작하며
- 식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 고고

2. 사냥을 시작하다
- 토끼의 간
- 산토끼 사냥
- 동굴
- 미지의 그녀에게
- 제1차 가축의 난

3. 몽설
- 백팔번뇌
- 몽설

4. 사냥을 마치며
- 나무 스키를 타고 세상 끝까지
- 제2차 가축의 난
- 산토끼 사냥을 마치며

- 작가의 말

회원리뷰 (0)

현재 회원리뷰가 없습니다.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