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12월부터 1923년 1월까지 주간지 《동명(東明)》4회에 걸쳐 연재된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3.1운동 직후 출판법 위반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되었던 적이 있는 작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비좁은 감방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의 화자인 ‘나’는 무더위를 견디면서 잠도 교대로 누워서 자야만 되는 다섯 평 남짓한 비좁은 감방 속에 미결수로서 판결을 기다린다. 감방에는 ‘나’를 비롯하여 마흔 한 명의 죄수들이 초조하게 재판을 기다린다. 수감된 죄수 가운데 한 노인이 태형(笞刑) 90대의 판결을 받는다. 그 노인이 태형을 받고 감방을 나가면 자리가 좀 여유로워질 것으로 모두가 기대한다.
그러나 노인은 이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다. ‘나’를 비롯하여 모든 죄수들이 노인이 항소한 것을 비난한다. 사실 노인에게 태형 90대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가혹한 것이다. 하지만 노인은 감방 안의 죄수들의 비난에 굴복하여 공소를 취하하고 태형에 처해진다. 태형 당하는 노인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조그만 편안함을 위해 노인을 내보낸 자신의 이기성과 비정함을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이 작품은 일본 식민지 시대 한국인에 대한 일본의 강압적인 통치의 실상을 감방의 풍경을 통해 암시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이야기에서 민족에 대한 사랑이나 독립에 대한 의지 등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 고통의 현실에서 자기 자신의 안위에 급급한 인간의 추악한 본능이 오히려 잘 드러나 있다. 이 소설이 설정하고 있는 좁은 감방 자체가 3.1운동 직후 한국 민족이 처해 있던 억압의 현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출처 : 한국현대문학 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