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장은진 작가의 장편소설로,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이다. 소설은 눈먼 개와 모텔을 전전하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고독한 삶에 대한 묘한 아픔과 추억 속 한 켠의 슬픔을 따뜻하고 정감어린 작가만의 문체로 어루만지고 있다.
소설 속 '나'는 여행자다. 발길 닿는 곳으로 혹은 버스나 기차가 멈추는 대로 정처 없이 '나'는 어디든 여행한다. 삼 년 동안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나'는 만난 사람을 일련번호로 호칭한다. 숫자는 무한하기 때문에. 친구를 밀어서 식물인간으로 만든 아이 239, 바닥에 버려진 껌딱지로 예술을 하는 사람 99, 첫사랑을 잊지 못해 기차에 머무는 사람 109….
'나'는 길 위에서 그들을 만나 다양한 슬픔의 무늬를 바라본다. 그리고 모텔로 돌아와 그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를 쓰며 아프고 고독한 그들의 삶을 위로한다. '나' 또한 외롭기 때문에 외로운 그들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답장하지 않는다. 소설은 '나'와 자기 책을 팔러 다니는 여자소설가 751과의 여정을 차분하게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