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대신에
제1장 ‘안보 반대’에서 노벨상으로
100년에 한 번 있는 대연구
미국에서 배운 제1세대
대단했던 오페론설의 영향
기초 훈련이 결여된 일본의 대학원
제2장 유학생 시절
파지가 발전시킨 유전학
유전학의 흐름과 생화학의 흐름
놀라운 인트론의 발견
운과 센스가 발견을 좌우한다
제3장 운명의 갈림길
따돌림당한 하이브리다이제이션 기술
입소문으로 듣는 최신 정보
인기 연구실은 2, 3년생까지 만원
소크연구소에서 바젤면역학연구소로
제4장 과학자의 두뇌
큰 수재는 생물학자가 되지 않는다
면역현상의 발견
다양성의 바탕은 유전자에 있다
어떻게 자신을 믿게 하는가
제5장 과학에 ‘두 번째 발견’은 없다
실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까
과학에는 타고난 재능과 집중력이 필요
“상식 밖의 가설”을 확인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실험상의 아이디어
제6장 과학은 육체노동이다
제한효소에 주목하다
스마트한 방법보다 확실한 답을
비전 “실험실의 요리책”
노바디에서 썸바디로
제7장 또 하나의 대발견
뇌의 미지의 메커니즘 해명 가능성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의미
손으로 더듬던 연구에서 눈에 보이는 연구로
시대의 요구에 대응할 수 없는 일본의 대학
제8장 ‘생명의 신비’는 어디까지 풀 수 있을까
기묘한 염기배열
‘무의미’와 ‘유의미’의 의미
혁명적이었던 맥삼-길버트법
자아는 DNA의 자기표현
역자 후기
주
노벨상 선고위원의 간결한 한마디, “100년에 한 번 있을 대연구”
유전자 재조합의 비밀을 풀어 면역 체계의 비밀을 밝힌
분자생물학자 도네가와 스스무의 연구 분투기
이 책은 1987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의 분자생물학자 도네가와 스스무의 위대한 업적인 ‘항체의 다양성 생성의 유전학적 원리 해명’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그 과정과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의 면역 체계의 작동 비밀과 이를 밝히기 위한 역정을 소개한다.
20세기 후반, 분자생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언젠가는 생명현상의 모든 것을 ‘물질’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이 가운데 100년에 한 번이라는 도네가와 스스무의 연구는 어떤 의미일까. 일본의 심층 취재 전문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가 오랜 시간에 걸친 철저한 인터뷰로 우리를 흥미진진한 최첨단 생명과학의 세계로 이끈다.
우리 몸은 ‘코로나 19’ 같은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항할까
우리 몸에는 병원균이나 독성물질 같은 인체에 해로운 물질(항원)에 반응해 이를 무력화시키거나 죽여 위험성을 제거하는 항체가 있다. 이 과정을 항원항체반응이라 한다. 이는 면역 시스템의 핵심이다. 문제는 예측할 수 없는 항원이 수없이 많다는 데에 있다. 면역 시스템이 있다고는 하지만 항원은 그 종류와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에 우리는 생명이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그런데 무수히 많은 항원에 대처할 수 있는 단일 항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항체의 수도 항원의 수만큼 많아야 한다. 실제로 한 항원에는 거기에 꼭 맞는 항체가 존재한다. 여기에 생명의 신비가 있다. 그러면 우리 몸은 수많은 항원에 대응할 수많은 항체를 어떻게 만들어낼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가설이 있었다. 하나는 DNA(디옥시리보핵산)에 수많은 항체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 유전정보가 있어, 이 정보가 자손에게 그대로 이어진다는 설이다(생식세포계열설). 다른 하나는 수백 가지 유전정보만 물려받은 개체가 유전자 재조합과 돌연변이를 통해 수많은 항체를 새로 만들어낸다는 설이다(체세포변이설).
도네가와 박사도 처음에는 당시에 대체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생식세포계열설을 믿었다. 그런데 연구를 거듭한 끝에 그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면역세포 유전자는 여러 유형의 사슬과 영역 등으로 나뉜 유전자를 물려받은 뒤, 이들을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로 재조합한다. 여기에다 돌연변이 등으로 인한 경우의 수까지 더해져 억 단위에 달하는 항체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유전자 재조합과 돌연변이가 어버이에서 자손으로 유전자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바로 이 사실을 입증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한 사람이 도네가와 스스무 박사다.
과학자의 길과 노벨상의 길
도네가와 박사가 처음부터 분자생물학에 관심을 둔 것은 아니다. 사실 그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에는 분자생물학이라는 학문이 없었다. 그는 처음에 화학과 학생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지만, 전공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당시 시대 분위기 탓에 샐러리맨도 되기 싫었던 그는, 화학과의 생물화학교실에 들어가 공부하던 중 한 교수의 분자생물학 특강을 들은 것을 계기로 분자생물학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그는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소크연구소와 바젤면역학연구소 등을 거치면서 끈기 있게 연구한 끝에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
그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치열한 노력 말고도 다소간의 운도 있었다. 도네가와 박사는 적당한 시기에 가장 적합한 연구소에 적을 둔 덕분에 최신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더불어 좋은 연구소에 있다 보니, 도움이 되는 동료 과학자들이 있어, 그의 연구가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게다가 미국의 대학과 소크연구소를 포함한 여러 연구소의 연구 풍토와, 이들의 연구를 뒷받침한 미국의 사회경제적 배경도 중요했다.
한 명의 과학자가 부단히 노력한다고 해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노벨상은 끊기 있는 자세와 시공간적인 행운이 상호 얽히고, 학문에 대한 애정과 재치 있는 판단이 곁들여져야 받을 수 있다.
정신은 곧 물질이다
도네가와 박사에 따르면 정신과 물질은 다르지 않다. 그는 정신 역시 물질의 복합적인 반응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여긴다. 정신은 우리가 그 원리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분히 관념적으로 느낄 뿐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과학이 발전하게 되면, 언젠가는 정신을 물질의 작용으로 완전하게 설명할 때가 도래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몸을 지배하는 듯한 정신이 한낱 화학작용의 결과물인 양 여겨진다. 정신이 물질과 같다면, 즉 신비롭기 그지없는 정신 또한 물질의 산물일 뿐이라면, 인간의 삶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도네가와 박사는 이 책에 이런 문제를 깊이 다루지는 않다. 다만, 자신의 연구 여정을 통해, 그리고 그 결과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성과를 통해, 정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타카시는 인터뷰 형식의 이 책을 통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의미를, 도네가와 박사의 연구 하나하나를 제대로 꼭 집어 정리해준다. 다양한 시각 자료와 이해하기 쉬운 ‘일반인의 언어’로 이 책을 지휘한다.
과거 2012년 사스, 2015년 메르스에 이어,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인류는 분명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밝힌 도네가와 스스무 같은 과학자의 노력이 스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