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고독

강형 | 난다 | 2020년 05월 1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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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차오르고 이울고 이윽고 그믐이 되는 달처럼……
오늘 일을 내게 묻지 마시게,
나는 어제의 존재이니.

『온전한 고독』. 2019년 12월 난다에서 펴내는 한 신인 작가의 첫 장편이다. 작가의 이름은 강형. 처음 이 작품을 마주한 건 올해 8월 말이었다. 투고한 날로부터 근 일주일 간 거의 매일 컬러를 달리하여 수정 부분을 표시한 새 원고를 보내오던 이가 그였다. 얼마나 차이가 큰가, 그 차이가 이 소설을 얼마나 달리 만드나, 호기심이 아니 갈 수 없었다. 출력해둔 첫 원고에 저자가 수정하였다는 부분들을 색색으로 표시해두는 가운데 이 한 권의 장편소설을 꽤 여러 차례 읽어낼 수 있었다. 700매를 조금 넘는, 장편으로 보자면 비교적 짧은 분량의 호흡이 내 읽기에 무리를 덜 가져온 바도 있었겠으나 일단은 뭐, 소설이라 하면 뭐, 뭐니 뭐니 해도 재미라는 것에 기댈 수밖에 없는 책 넘김이라 할 때 이 작품은 내 손끝에서 밀려나가는 페이지마다의 속도가 꽤나 빨랐다. 본바탕 그대로 고스란한 이야기의 힘이 전해지니 더는 주저할 일이 없었다. 출간을 확정했다.

저자소개

책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았다. 수년 전 여행을 시작한 이래 길을 떠돌며 이야기를 찾고 있다. 이 책은 그 길에서 만난 이야기이고, 첫 책이다.

목차소개

첫째 날 | 엄마가 나를 항아리에 넣었어요
둘째 날 | 여긴 왜 이리 추운 거야
셋째 날 | 우린 냄새로도 충분하답니다
넷째 날 | 캣레이디라면 혹 모를까
다섯째 날 | 누구든 자기 지옥을 안고 살아가는 거지
여섯째 날 | 오늘은 노을이 유독 붉군요
일곱째 날 | 어제 그 달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남은 날 | 고독은 그런 것인지 모른다

작가의 말 | 길을 잃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출판사 서평

차오르고 이울고 이윽고 그믐이 되는 달처럼……
오늘 일을 내게 묻지 마시게,
나는 어제의 존재이니.

『온전한 고독』. 2019년 12월 난다에서 펴내는 한 신인 작가의 첫 장편이다. 작가의 이름은 강형. 처음 이 작품을 마주한 건 올해 8월 말이었다. 투고한 날로부터 근 일주일 간 거의 매일 컬러를 달리하여 수정 부분을 표시한 새 원고를 보내오던 이가 그였다. 얼마나 차이가 큰가, 그 차이가 이 소설을 얼마나 달리 만드나, 호기심이 아니 갈 수 없었다. 출력해둔 첫 원고에 저자가 수정하였다는 부분들을 색색으로 표시해두는 가운데 이 한 권의 장편소설을 꽤 여러 차례 읽어낼 수 있었다. 700매를 조금 넘는, 장편으로 보자면 비교적 짧은 분량의 호흡이 내 읽기에 무리를 덜 가져온 바도 있었겠으나 일단은 뭐, 소설이라 하면 뭐, 뭐니 뭐니 해도 재미라는 것에 기댈 수밖에 없는 책 넘김이라 할 때 이 작품은 내 손끝에서 밀려나가는 페이지마다의 속도가 꽤나 빨랐다. 본바탕 그대로 고스란한 이야기의 힘이 전해지니 더는 주저할 일이 없었다. 출간을 확정했다.

“여행하면서 늘 그 도시의 묘지를 찾아다녔어요. 언젠가 묘지 순례를 하나 쓸까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올 여름에 묘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하나 찾아왔어요. 그걸 단편으로 한 사나흘에 끝내보자 마음먹었지요. 그런데 쓰다 보니 이야기가 막 늘어나더라고요. 근 40일이 걸렸고 일단은 익명으로 투고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말마따나『온전한 고독』은 ‘묘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첫째 날’부터 ‘그리고 남은 날’이라는 여덟 날을 본 책의 구성으로 하고 있다. ‘엄마가 나를 항아리에 넣었어요’ ‘여긴 왜 이리 추운 거야’ ‘우린 냄새로도 충분하답니다’ ‘캣레이디라면 혹 모를까’ ‘누구든 자기 지옥을 안고 살아가는 거지’ ‘오늘은 노을이 유독 붉군요’, ‘어제 그 달은 어디로 갔을까’, ‘고독은 그런 것인지 모른다’라는 소제목 속에서 대표되는 키워드를 뽑아보자니 다분히 삶이라는 것에 있어 그 원형적인 상징성을 품고 있는 시적인 암호들이 아닌가 하였다. 엄마, 항아리, 추위, 냄새, 캣, 레이디, 지옥, 노을, 붉음, 어제, 달, 고독…… 그러면서 이 쉽고 이 빤한 당연함에 사뭇 물음표를 던져보는 일로 자못 망연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지금 있는 우리가 결국에는 이제 없을 우리가 될 터, 그게 인생일 터, 그 삶과 죽음을 자유자재로 들락거리는 자 그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오늘을 사는 자’처럼 말하는 순간 바로 ‘어제를 사는 자’가 되는 우리일 터, 그 사실 하나만은 명징할 터, 그러니 인생의 끝 간 데 있음과 끝 간 데 없음은 다만 짐작이나 할 터, 그러니 그 방향의 실루엣을 좇아보는 시늉의 시도로 소설이 계속 쓰이는 것이 아닌가 할 터……


이 단어들로 건너가보는 대략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오래된 마을 교회 뒤편에 자리한 공원 묘지, 낮이면 햇빛이 가득 쏟아지는 이곳은 여느 도시의 묘지가 지닌 숙연한 그늘이 없다. 마을 사람들이 저녁 산책을 하고, 주말이면 젊은이들이 모여 늦게까지 술판을 벌이기도 했던 곳이지만 33년 전 발생한 카타리나 사망 사건 이후, 일몰이 지나면 묘지는 정적에 잠겼다. 눈에 띄는 아름다운 용모이지만 마을에서 유명한 바보 취급을 받는 피터가 이 묘지의 관리인이다.

일찌감치 이곳을 떠난 부모에게서 묘지관리인인 할아버지가 그를 맡아 키웠다. 부모 없이 할아버지와 묘지에서 산다는 이유로 어려서부터 친구들에게 괴롭힘과 놀림을 받고 자란 그에게 묘지는 집이자 놀이터였고 세상의 전부였다. 할아버지가 죽은 후 피터는 묘지관리인이 되어 살아간다. 그곳은 도시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탈락한 이들, 노숙하는 이들의 아늑한 쉼터이기도 했다.

그런 피터에게 친구가 생긴 건 할아버지가 죽은 이후, 정확히는 한나를 만난 이후였다. 그즈음부터 밤마다 찾아오는 조금 특별한 여인들 덕분에 한동안 외로움을 모르고 지냈다. 33년 전 카타리나가 묘지 뒤편의 부엉이숲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까지는. 그 이후 더 깊고 어두운 고독에 잠겨 적잖은 세월 동안 홀로 보냈다. 혼자서 말하고 묻고 답하며 늙어갔다. 누군가에게 그의 이름을 불리는 일도 없이. 그러던 어느 날 젊은 사내가 찾아와 그의 이름을 부른다. “피터 토레스씨? 저는 묘지관리인인 피터 토레스씨를 찾아왔습니다만……”

최근에 이 도시로 전근 왔다는 마틴 브레스트 형사는 미제 사건으로 분류된 33년 전 카타리나 사망 사건에 대해 묻는다. 카타리나를 발음하는 순간 흐린 낮달 속에 저장해둔 그날들의 봉인이 해제되는 걸 느끼는 피터. 함박눈이 내렸던 크리스마스이브 늦은 밤, 자꾸만 목이 마르다며 물을 달라 말하던 여섯 살 아이 한나와의 만남으로 기억을 거슬러올라간다. 그애는 연거푸 물을 마시곤 피터에게 입을 열었다. “아저씨에게 할말이 있어요. 들어줘야 해요.”


누군들 가슴속에 새겨진
누구 하나 없는 사람은 없겠지요

‘피터’라는 살아 있는 한 묘지기의 일상을 중심으로 차분히 일렁이는 물결처럼 잔잔히 시작된 이야기는 제 삶의 우여곡절을 촘촘히도 기억하는 여러 인물들의 등장으로 거칠고 거침없는 파도처럼 온갖 소요로 요란히 전개되는데 들여다볼수록 알아갈수록 비릿한 슬픔이 찝찔한 피의 맛처럼 입에 돌게 한다. 다 읽고 났을 때의 허전함, 가슴 한편에 남은 공허의 뻐근함, 그러면서 내 삶의 안팎을 절로 에둘러보게 되며 가지게 되는 쓸쓸함. 그 어떤 누구의 삶이 특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특별함의 사연을 한데 모아두고 멀찍이서 보면 또 다 평범해 보이는 것이 삶이거늘, 와중에 자명하게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바는 누군가의 살아 있음과 누군가의 죽어 있음, 크게 이 둘일 것인데 이 둘이 공통된 깍지로 껴안은 그것이 아마도 저에 새겨진, 그러나 온전히 다 말할 수 없어 고독한 그 ‘이야기’란 것일 테다. “누군들 가슴속에 새겨진 누구 하나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있었는데 없고 없었는데 있는 매일의 저 달, 그러나 오늘 뜬 달더러 어제의 그 달이 너냐고 묻는 자가 있다면 어제의 너와 오늘의 네가 같은 자인지 생각해주십사 한번 되물어볼 참이다.

갈라파고스, 바다에 정박한 배의 갑판에 누워 밤톨만한 별들로 빼곡한 밤하늘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편 수평선에서 일어나 하늘을 가르며 저편 수평선 끝까지 선명하게 흐르는 기나긴 은하의 강을 보았다. 불가능한 꿈을 꾸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내게 깃든 건 그때였다. 오래 품고 있었으나 방기했던 내 어린 날의 꿈, 글 쓰는 자의 생을 다시 꿈꾸어도 괜찮겠다고.
글을 쓰고 버렸다. 다시 글을 쓰고 버렸다. 여행지에서 쓴 글을 집에 와서 읽고는 버렸고, 집에서 쓴 글을 여행지에서 읽고는 버렸다. 그리고 그때마다 묘지를 찾았다. 죽은 자들의 집에서 죽음을 생각했다. 쨍한 햇빛 아래 한낮의 묘지를 거닐었고, 어스름이 깔리는 저물녘의 묘지에서 꿈을 꾸었다. ‘작가의 말-길을 잃고 다시 여행이 시작되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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