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와 화영이 골목의 모퉁이를 돌았을 때였다. 담배를 피우고 있던 두 명의 소년과 마주쳤다. 학생들의 돈을 뺏다 퇴학당하고 신고한 학생에게 앙갚음하다 소년원까지 갔다 온 근처에선 모르는 아이들이 없는 불량소년들이었다. 붉은 머리 소년이 손을 내밀자 동주가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넸다. “빌리는 거다. 너는?” 붉은 머리 소년이 화영을 가리키자 화영이 주머니에서 천 원을 꺼냈다. “천 원? 우리가 동네 양아치로 보여?” 덩치 큰 소년이 주먹을 들어 위협했다. “한심한 년 돈 없으면 맞고 가.” 그때였다. 동주의 시야에 멀리서 땅을 보며 터벅터벅 걸어오는 숙희가 포착되었다. “잠깐.” 동주가 덩치 큰 소년을 제지했다. “애 거는 제가 줄게요.” 동주가 손가락으로 숙희를 가리켰다. “저기 오는 애에게서 받아내는 돈의 열 곱으로.” 붉은 머리 소년이 이게 웬 횡재냐는 표정으로 재빨리 되물었다. “정말이지?” “정말이죠. 대신 돈을 못 받아내면 애 때리려고 했던 거 열 곱으로 재를 때려요.” “그거 좋네.” 동주가 화영의 손을 끌고 건물 안으로 몸을 숨기는데 덩치 큰 소년이 손마디를 꺾어 ‘뚜두둑’ 소리를 냈다. 붉은 머리 소년이 그녀를 막아섰다. “야 돈 좀 빌려줘.” 그녀가 말없이 비껴가려고 하자 덩치 큰 소년이 앞을 막았다. “안 들려?” “돈 없어요.” 그녀의 말투는 싸늘했다. “없으면 맞아야지.” 붉은 머리 소년이 뒤에서 그녀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열 곱으로.” 간혹 사람들이 지나쳤으나 소년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나치는 사람들은 못 본 척 골목을 빠져나가기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