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개의 짧은 무서운 이야기 모음집.
하나 예를 소개하면 이렇다.
눈
얼마 전, 새집으로 이사 오고 난 뒤 눈이 이상해졌다.
안경이 불편해서 렌즈를 자주 끼긴 했지만 이사 오고 난 다음부터 간지러움이나 통증이 몇 배나 더 심해졌다. 안구건조증이 찾아온 건가 해서 인공눈물을 넣어도 얼마 안 있으면 또다시 눈이 간지러워진다.
참다못해 거울을 앞에 놓고 눈을 빤히 들여다보니 흰자위에 웬 눈썹이 하나 붙어있었다. 이것 때문에 그렇게 간지러웠던 걸까? 난 렌즈를 뺄 때 사용하는 핀셋으로 눈썹을 집었다.
그리고 눈썹을 떼어내자 하얀 실 같은 벌레가 눈썹에 붙어 흰자위에서 쭉 떨어져 나왔다.
콤플렉스
내 동생은 나와 달리 토실토실한 체형이다. 매우 뚱뚱해서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땀을 줄줄 흘리는 비만체형은 아니지만 그렇다 해서 말랐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게 은근히 부러웠던 나는 언제나 동생을 '돼지'라 부르며 놀렸다. 동생은 자신을 '돼지'라 부르는 걸 싫어했으나 난 재밌었기에 계속 돼지, 돼지 부르며 놀렸다.
어느 날. 동생이 밥을 먹고 있기에 '우리 돼지 밥 먹어?'라고 아무 뜻 없이 내던지자 밥을 그대로 밥솥에 집어넣은 다음 그릇 정리를 한 뒤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지나쳤나? 난 내일 사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방으로 돌아갔다. 방청소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건지 한참동안 청소기 돌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 날. 방문을 열어보자 동생이 칼로 배를 가른 채 피범벅이 된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여있는 충전식 청소기에서는 누런 기름덩어리 같은 것이 꿀럭꿀럭 새어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