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기적

윤백남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0년 06월 0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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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김진사(金進士)는 그 동안 몇 해를 두고 아들의 혼담이 거의 결말이 나다가 도 종당은 이상스런 소문에 파혼이 되고 말고 되고 말고 해서 인제는 아마 도 내 대에 와서 절손이 되고 마는가 보다하고 절망을 한 것이 이번에 뜻 밖에 혼담이 어렵지 않게 성립되고 택일날짜까지 받아 놓았은즉 의당 기뻐 서 날뛸 일이고 혼수만단에 안팎으로 드나들며 수선깨나 늘어 놓을 것인데 실상은 택일 첩지를 받은 날부터 안방에 꽉 들어 백혀 앉아서 무슨 의논인지 부인 곽씨와 수군거리기를 이틀이나 하였다.
이틀이나 하였건만 시원스럽지 못하였던지 눈살을 꽉 찌푸리고는 얼마 전부터 병으로 누어 있는 아들의 방에를 하루도 몇 차례 씩 들락 날락 하였다.
아들 경환(景煥)이는 김진사에게는 여벌이 없는 독자이라 그야말로 쥐면 깨여질가 불면 날가 애지중지 기른 것이 년전부터 얼굴에 이상스런 종기가 나기 시작하여 한 군대가 합창이 된 듯하면 또 다른 데에 이들이들하고도 시뻘건 종기가 툭 불거지기 시작하여 걷잡을 수가 없었다.
김진사는 대대 벼 백이나 착실히 하는 재산가이라 의원이라 약이라 하고 써 볼대로는 써 보았지만 일향 효험이 있기는 고사하고 얼굴빛이라던지 눈섭이 문정 문정 빠져가는 것이라던지 갈 데 없는 천형병(天刑病)의 증세이었다.
그 동안에 의원들이 경환이의 증세를 보고는
『나는 의술이 미숙해서 이게 무슨 병인지 알 수가 없다.』
하고 물러가기를 일수하였다. 그럴 때마다 일만의 의운이 김진사의 머리에 피어오르기는 했지마는 그래도 자식을 아끼는 욕심에
『설마하니 내 자식이 문둥이라니.』
하고 스스로가 간신히 위로하여 왔었다. 그것이 인제는 누가 보든지 현저히 천형병 환자의 증세가 나타나고 본즉 김진사는 몇 백길 깊은 골에 거꾸로 박히는 듯 싶은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재산도 아깝지 않다, 누구라도 이 병만 고쳐주었으면 하는 생각과 하루 바삐 장가를 들이어서 그 몸에서 손을 얻는다는 것보다 그 병으로 말미암아 장가도 들어보지 못하고 총각으로 죽는다는 원한이나마 풀어 주고 싶은 생각에 초조한 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김진사의 이 애절한 희망 ─ 경환이의 장가들인다는 것도 거의 절망이 되어 왔었던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동네 사람들은 김진사 듣는 데서 는 차마 아무개 아들은 문둥이라 하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돌려 세워 놓고는 『제기, 참 재산이 아깝지, 천석 만석을 하면 무얼해, 누가 문둥이한테 딸을 줄라구.』
하여 비웃기도 하고 가여워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본즉 이 소문이 자연이 퍼져서 누가 청혼을 하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간혹 그 사실을 모르고 청혼하는 사람이 있다가도 세상에는 남의 험담이라면 밥을 싸 가지고 다니며 하는 무리가 있는지라
『여보, 딸을 어디다가 못 주어서…….』
하고 훼방을 놓는 바람에 매양 허사가 되고 마는 것이었다.

저자소개

일제강점기 희곡집 『운명』을 저술한 작가. 극작가, 소설가, 영화감독.

목차소개

<작가 소개>
우연의 기적(奇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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