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문장(文章)』 창간호에 발표되었다. 이광수는 안창호(安昌浩)의 죽음(1938.3.) 소식을 들은 다음달부터 이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하였으며, 동우회사건(同友會事件)으로 옥고를 치르다가 병보석으로 출감하여 병원에서 구술(口述)로 탈고하였다.
1930년대의 소설의 장편화 경향과 관련하여 등장한 중편소설의 면모를 갖추었고, 기독교 사상을 기저로 한 계몽문학으로 일관해온 작가가 불교적 인식으로서 전환을 드러내었다는 점에서 작가의 정신사적 측면에서 의의를 가지는 작품이다. 입감한 지 사흘째 되는 날 ‘나’는 병감으로 보내진다. 과식과 악담으로 세월을 보내는 사기범 윤과 마름 노릇을 하던 방화범 민노인을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
민이 병감으로 옮긴 뒤, 정이라는 평안도 출신의 사기범이 들어오자 윤과 정은 쉴새없이 다툰다. 나와 윤과 정이 다시 옮겨간 방에서 다시 민을 만나고, 기자 출신으로 공갈 취재를 하였다는 강을 만나자 윤과 정은 기가 죽고 만다. 민이 복막염으로 병보석되어 출감한 뒤, 옆방에서는 장질부사를 앓던 청년 하나가 죽어 나가고 윤은 폐결핵으로 다시 전방된다.
무죄방면을 바라고 『무량수경』을 얻어다 읽던 정은 징역 일년 반을 선고받고, 강도 징역 이년의 판결을 받는다. 강이 상소권을 포기하고 선선히 복죄하여버린 것에 대조되어 정은 멸시받게 된다. 윤도 결국 병보석으로 출감한다.
내가 출옥한 뒤 석 달이나 지나서 출옥한 간병부의 말을 들으니, 민도 죽고, 윤도 죽고, 강은 목수일을 하고 있고 정은 병이 악화되어 본감 병감에 가 있는데, 도저히 공판정에 나가볼 가망조차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