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玄鎭健)이 지은 장편소설. 1933년 12월 20일부터 1934년 6월 17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다. 그 뒤 1939년 박문서관에서 『현대걸작장편소설선 4』로 간행하였다. 단편작가로 출발한 현진건이 처음으로 장편에 붓을 든 작품이다. 1930년대는 일제의 검열이 심하여지고, 또한 출판사정의 악화로 소설의 발표가 주로 신문연재에 의존하게 됨에 따라 독자의 취미를 외면할 수 없었다.
따라서, 소설가들은 검열을 피하면서 독자의 호기심도 충족시키고 자신의 현실 인식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 양식을 모색하게 되었는데, 그러한 노력의 산물이 바로 「적도」였다고 할 수 있다. 가난한 젊은이 김여해와 홍영애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홍영애는 돈 때문에 부자인 박병일과 결혼한다.
이에 분노한 김여해는 신방을 습격하게 되고, 독립군 군자금을 위한 범행이라는 박병일의 조작에 따라 5년간 징역을 살게 된다. 그 뒤 출옥한 김여해는 복수의 심정으로 박병일의 동생 은주를 강간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박병일은 자신의 체면을 위하여 동생을 자기 회사의 간부이자 대학동창인 원석호의 후처로 보내려 한다.
오빠의 이기적인 처사에 충격을 받은 은주는 한강에 투신자살을 기도하는데, 이를 알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김여해는 강에 뛰어들어 은주를 구출한다. 한편, 박병일은 기생 명화에게 빠져 홍영애와 갈등을 일으키고, 명화를 알게 된 김여해 또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명화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박병일도 김여해도 아닌 해외에 망명한 독립투사 김상열이었다.
김상열이 밀명을 띠고 국내에 잠입하여 명화를 만나자 김여해는 질투심으로 그를 고발하려다가, 그 임무의 중요성과 애국정신을 알게 됨으로써 명화를 양보하고 대신 임무를 맡는다. 김상열은 은주와 명화를 데리고 다시 해외로 나가고, 김여해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체포되어 취조 도중 자살한다.
이 작품은 신문 독자의 흥미를 유발, 지속시키기 위하여 일곱 개의 복잡한 삼각관계를 연속시켜 나가면서도 작자 자신이 생각하는 현실 대응 방식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것은 당시 사회의 두 유형의 인간상을 통하여 나타난다. 한쪽은 자신의 재산만을 위하여 환락과 비열 속에 사는 박병일·원석호 등이고, 다른 한쪽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민족을 위하여 일제와 투쟁하려는 김상열·명화 등이다.
이 사이에서 김여해는 개인적 감정, 즉 사랑·질투·복수 등에 사로잡혀 있던 평범한 청년에서 사회의식과 민족의식에 눈떠가는 인물로 변모한다. 결국, 김상열·명화·김여해를 긍정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작자는 일제에 대한 적극적 투쟁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통속성과 사회의식을 조화시키려 한 1930년대 전기 장편소설의 한 표본적 작품이라는 데에서 그 소설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통속성과 민족 현실의 인식이 조화롭게 결합, 형상화되지 못함으로써 통속소설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