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전」은 식민지 시대 빼어난 문학작품의 하나로, 작가로서 염상섭의 위치를 굳혀준 작품이다. 그리고 한국 현대소설사상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는 그의 걸작 「삼대(三代)」(1931)의 준비 과정에 속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조선으로 들어오면서 안의 형편과 실상을 목격하고 깨달아간다는 설정을 통하여, 식민사회의 병폐를 식민지 지배국의 상황과 대비시켜 극명하게 드러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원적 대립은 여정의 단계에 맞추어 점층적으로 전개됨으로써 여러 국면이 ‘무덤’으로 은유되는 한 상황으로 쉽게 용해될 수 있었다. 반면, 묘지로부터의 탈출이 지향하는 해방의 공간이 일본이라거나, 진상을 목격하면서도 이면과 원인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추구하는 자유가 개인적인 것에 한정된다는 등의 한계가 지적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국문학사의 맥락에서 이 작품 속의 공동묘지나 아내의 죽음 등의 문제가 1920년대 한국 낭만주의의 연장선 위에서 설명된다고 할 때, 그러한 인식을 사회 진단적 의미로 확대시킨 데에서 그 문학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