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칠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가지고 사람이 드문드문 다니는 서울의 밤거리를 혼자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어느 요리집에서 여러 친구들과 해가 있어서부터 먹고 마시기를 시작한 것이 자정이 넘어 새로 한시가 바라볼 때까지 진탕만탕 정신없이 먹고 놀다가 지금 첩의 집을 찾아가는 길이다.
‘빌어먹을 자식들 인력거는 무슨 인력거야? 이렇게 걸어가도 잘만 가지는데’ 발이 허청에 놓이는 것같이 조금 비틀거리며 분명치 못한 혀 꼬부라진 소리로 중얼거렸다. 아까 요리집 대문간을 나올 때에 여러 친구들이 인력거를 타자고 하는 것을 기생들만 태우게 하고 그들은 그대로 돌려보냈다.
인색하기 짝이 없고 돈만 아는 성칠의 본색을 이런데서 알아볼 수 있다. 어째서 그들과 어울려먹기는 먹었지만 요리집을 등지고 나올 때에는 어지간히 후회를 하였다. 그래 인력거를 타면 한 두 사람도 아니요 여럿이니까 돈이 어지간히 들것을 생각하고 자기부터 걸어가기로 작정한 것이다.
“고년, 소리도 잘 하더라”
“고년, 어여쁘기도 하더라”
그는 아까 요리집에서 지난 일을 낱낱이 머리에 그려보며 생각나는 대로 입버릇같이 웅얼거렸다. 그의 머릿속은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복잡해졌다.
요리집에서 일어난 일, 어제 낮에 일어난 일, 이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미친 듯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처음에는 밤에 지난 모든 그림자와 말소리와 노랫소리가 똑똑히 나타나고 들리고 하더니 나중에는 낮에 지난 일이 더욱 똑똑하게 그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게 되었다. 그는 이따금씩 의미있는 듯한 미소를 띄우며 낮에 자기가 저지른 일을 낱낱이 순서 있게 생각하기를 시작하였다.
어느 때인지도 모르고 곤히 자는데 첩이 무슨 잠을 이렇게 자느냐고 흔드는 바람에 깜짝 놀라 두 눈을 번쩍 떴다. 첩은 생글생글 웃으며 얼굴을 갸웃이 내리 굽어보고 있다.
“무슨 잠을 이렇게 주무시우? 지금이 어느 땐데”
하고 첩은 드러누운 사나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갖은 애교를 다 부린다.
“이건 왜이래? 남 잠도 못 자게 곤해죽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