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오늘은 좀 어떨 것 같으냐?” 부엌에서 인기척이 나기만 하면 박 과부는 자리 속에서 이렇게 허공을 대고 물어보는 것이 이 봄 이래로 버릇처럼 되어 있다. 어떨 것 같으냐는 것은 물론 날이 좀 끄무레해졌느냐는 뜻이다. 다른 날도 아닌 바로 한식날 시작을 한 객쩍은 비가 이틀이나 줄기차게 쏟아진 이후로는 복이 내일 모레라는데 소나기 한 줄기 않던 것이다. 이러다가는 못자리판에서 이삭이 날 지경이다. 여느 해 같으면 지금 한창 이듬매기다 피사리다 매미충이 생겼느니 어쩌니 할 판인데 중답들도 아직 모를 내어볼 염량도 못하고 있다. 밭도 그대로 퍽 묵어자빠졌다. 오이다 열무다 목화다 제철 찾아 심기는 했으나 워낙 내리쪼이기만 하니까 싹이 트다 말고 모두 시들어버린다. “하늘은 방귀두 안 뀌구 오줌두 안 눌라구? 설마 망종까지야 한 보지락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