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윤
어느 사진작가의 작품을 본 적이 있다. 알차게 파 내려간 광산을 가득 메운 맨손의 광부들을 담은 사진이었다. 개미 떼처럼 보였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버릴 삶 없을 것이라는 얕은 깨달음이었다. 건널목 맞은편에서 하늘을 쳐다보는 학생에게서도,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는 연인에게서도, 골판지 이리저리 접어 수레에 올리는 할머니에게서도 버릴 삶, 버릴 이야기 하나 없을 것이다. 세상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그 이야기들이 꼭 수미상관법을 지켜야 할 필요는 없다. 꼬마가 엄마에게 뛰어와 창문에 붙은 매미를 봤다며 목소리를 높여도, 이 또한 이야기라 함에는 충분하다. 이것들을 묶어, 한 선상에 놓고는 마름질을 하는 것이 작가의 관심이자 본분이라 믿는다. 또한 꼬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교훈을 엮어낼 필요는 없다고도 믿는다. 그저 풍경을 그려내고, 각자가 그 풍경 속에서 저마다의 상상과 흥미로 사적인 의미를 찾아낸다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