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천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0년 07월 1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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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두평 칠합(二坪七合)이 얼마만한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똑똑히 알지 못하였었다. 말로는 한 평 두 평 하고 세어도 보고 산도 놓아 보았지만 두평 칠합 하면 곧 얼마만한 면적의 지면을 가리키는지 똑똑히 느껴 본 적은 없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길이와 넓이를 한 치도 틀리지 않게 두평 칠합을 전신에 느낄 수가 있었다. 그것도 손으로 세거나 연필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 몸뚱이를 가지고 그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나는 두평 칠합의 네모난 면적 위에 벌써 날수로 일곱 달이나 살아온 것이다. 두평 칠합을 전 몸뚱이를 가지고 느껴지는 것은 그 덕택이었다. 내가 이 두평 칠합에 살기 전에 석 달 동안 두평 칠합을 절반 가른 조그만 방 안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었다.
그런데 그 조그만 방은 어쩐지 공연히 넓고 엉성하던 것이 그보다 배 곱이나 되는 이 두평 칠합이 이렇게 좁아 보이고 질식할 듯이 빼곡 차서 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는 것은 어떤 연고일까?
별로 힘든 연고는 없었다.
조그만 방에 생활할 때는 영하 십오륙도를 상하하는 추운 동지 섣달이었고 또 게다가 별로 짐도 없는 방 안을 독차지하고 있었던 까닭이며 지금 이 방에는 열세 사람이 살고 있으며 그리고 또 시절이 구십도나 되는 여름이었다. 이 외에 별다른 연고는 없었다.

... 책 속에서 ...

저자소개

일제강점기 「대하」, 「물」, 「생의 고민」 등을 저술한 소설가 겸 문학비평가.

목차소개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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