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백남의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전5권 중 1권이다. 초췌연화편 경벌포의 괴승신수 보은단 유래 4편을 실었다. 초췌연화편 보내신 연 꽃 송이 / 붉은빛 작작하더니 / 가지 떠남 몇 날이뇨 / 이 몸같이 여위었어라 “녜! 그래 바로 술집으로 들어가옵는데 그 속에서 또한 젊은 소년이 나와 서로 손을 잡고 더불어 음주하옵는데 보는 사람마다 욕하며 흉보옵더이다.” “죽여 줍소서.” 그는 불문곡절하고 이렇게 왕의 앞에 나와 엎드렸다. 왕도 놀라고 사람들도 놀랐다. 익재는 소매 속에서 그 때의 시구를 꺼내어 왕께 드리고 모든 것을 사실대로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왕은 괴로운 듯이 웃으시며 몸소 익재를 부축하여 일으켰다. “모두 짐을 위하여 한 일이니 내가 용서하오.” 그것은 울상이 된 웃음이었다. 경벌포의 “감사로 계신 분이 동문수학하셨다니 설마 푸대접이야 하겠습니까.” “이 사람 아마 일국의 왕이 되고 싶은가보이 그려.” “모르겠나? 양산박 대독이라면 짐작하겠네그려. 허 허 허.” “그런데 들으니 자네 가세가 어려워서 함흥 유감사에게로 돈을 얻으러 가가는 길이라데그려.” “내가 서울 자네 댁으로 전곡을 치송할 테니 염려 말고 며칠 묵어서 바로 서울로 가게.” “고마운 일일세마는 여기까지 왔다가 유감사를 찾지 않고 갈 수야 있나. 그 역시 우리의 옛 벗이 아닌가.” “유생을 아니 유감사를 만나더라도 내가 여기서 이 짓을 하고 있더란 말은 명심하고 누설 말게. 내가 그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목민관으로 있어 그런 소리를 들으면 직책상 그냥 있을 수 없을 것이고 그냥 있지 않으려니 자연 나와 그 사이에 싸움이 일어날 것이니 피차 동문수학한 친구로서 병화 간에 만나기 싫어서 그러네.” 유감사를 만난 결과는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손생원은 감사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서 동문수학하던 양군이 산적괴수가 되어 거기서 자기가 대접까지 받고 왔은즉 그를 토벌해서 공을 세워보라고 권하였다. “자네가 어려우면 나에게 군사 백 명만 빌려주면 당장에 체포해 보임세.” “자네 죄를 자네가 모르는가 내가 작별시에 그렇게 신신당부하였거늘 경망히 입을 놀려 친구를 잡으러 오기까지 하니 그럴 법이 있나.” “저 위인을 대로상으로 내다가 버려라.” 괴승신수 “가문도 괜찮고 집안도 넉넉하였거늘 어찌 하필 중이 되었는가.”신현의 묻는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신수가 발성대소하며 “글 싫고 재물 싫고 영화 싫은 몸이 무엇 되겠소.” 한다. 신현도 옛날 보던 괴동의 기억이 삼삼하여 빙그레 웃으며 “그러면 대처식육帶妻食肉을 말아야지.” 하니 “색을 취하고 미식을 싫도록 하고보니 이제 내 마음은 아무 의심이 없고 아무 소원도 없소이다. 그러니 이 어찌 여래의 마음이 아니면 나한의 마음이 아니겠소.” 하였다. 보은단 유래 “상사 부사는 이미 결정되었거니와 이와 같이 몇 차례를 거듭 실패한 그 원인은 역관의 실책이라 만일에 이번에도 이루지 못하고 돌아오면 단연코 역관을 참하리라.” “여러분이 그렇게까지 하신다면 말씀하지요. 지금 금부禁府에 갇히어 있는 홍순언이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연전에 역관으로 명나라에 갔다가 나랏돈 이천 냥을 흠포한 죄로 갇히어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이 이 돈 이천 냥을 못해 놓으면 불문가지 그 사람의 목숨은 없는 것인데 이래도 없는 목숨이요 저래도 죽을 목숨인 바에야 여러분이 그 돈 이천 냥을 물어주고 그 사람을 빼낸 다음에 이번 사행 떠나는 길에 역관으로 보내었으면 여러분은 돈 이천 냥으로 그 사람의 목숨을 사서 보내는 것이니 이 아니 좋은 묘책이오.” “이 세상에 하루저녁에 천 냥을 던질 그런 사람이 있을까? 과연 굉장한 현판이다.” “그렇게 간곡히 물으시니 말씀하지요. 청루에 있는 창녀의 몸으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크게 의심을 받을 말이나 첫째는 천 냥이라는 사람이 내기 어려운 방을 붙이어 제 몸을 헛되이 더럽히지 않자는 것이오 그 다음에 만일에 천 냥을 아끼지 않고 던지는 분이 계시면 그 분을 좇아 일생을 마치자는 작정으로 그리한 것이랍니다.” “몰랐소이다. 그 같은 하늘이 감동할 효성이 있는 사람인줄 모르고 한낱 지저분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 큰 잘못이오. 자 돈 이천 냥 여기 있으니 아버지를 바삐 구하시오.” “나 같은 사람의 성명이 필요 있소? 다만 홍역관으로 알아두시오.” “제가 그 때 하늘같은 은혜를 받은 다음 아버지도 무사하시게 되었고 더군다나 오늘에는 이렇게 석시랑의 아내가 되어 몸이 영화로우매 아버지께 대한 은혜를 조금이라도 보답할까하고 늘 - 조선서 사신이 들어올 때면 석시랑이 반드시 대하는 때문에 늘 부탁을 해도 오시지 않아서 자나 깨나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