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고양이가 양지쪽에서 연해 하품을 하고 늙은이 볕발을 쫓아다니며 허리춤을 훔척거리면서 이 (蝨)사냥을 골몰히 하는 때가 닥쳐왔다. 젊은이들은 공연히 사지가 느른하고 마음이 까닭없이 군성거리는 시절이 찾아왔다. 밖에서는 마치 겨우내 꽝꽝 얼어 붙었던 시냇물이 확- 풀려가지고 콸콸거리며 소리쳐 흐르듯이 뭇사람들의 와글와글하고 떠드는 소리, 몹시 시끄러운데 쨍쨍한 볕이 우유빛 유리창을 들이비쳐 진찰실 안은 유난히 밝다.
이 안에서 삼십이 될락 말락한 젊은 의사 P가 하루 진종일 눈, 코 뜰 새 없이 병자들한테 시달리고 나면 저녁때에는 마치 졸경을 치고난 사람처럼 머리가 핑핑 돌아가고 사지가 솜피듯 피는 것 같다. ‘이래서야 사람이 살 수가 있나. 돈도 소중하지만…’ 세수를 하고나서 담배 한 개를 피워물고 앉으며 입버릇처럼 매일같이 하던 말을 또 되풀이 뇌까리곤 하였다.
그로 하여금 한때 운이 트여 한번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 보라고 재수가 좋은지? 남한테 얹혀있다가 비로소 작년 가을부터 처음으로 개업한 이래 원근의 환자들이 마치 조수때 물밀려들 듯이 몰려왔다.
하루에도 몇 백번인지 모르게 청진기를 귀에다 끼었다 뺏다하고 또는 앙가슴을 두드리는 둥 눈을 까뒤집는 둥 혓바닥을 들여다보는 둥 맥을 짚어보는 둥…… 이렇게 정신없이 갈팡질팡 쉴새없이 허둥대다가 정한 시간보다도 한 시간이나 더 늦게야 겨우 사람이 빌라치면 그제야 숨을 좀 돌리고 정신을 가다듬께 되는 것이다.
이즈막에는 때때로 괴로운 생각이 들다가도 예금 통장에 잔고가 나날이 붓는 것을 대할 적에는 그 괴롭던 생각도 씻은 듯 부신 듯 어디로인지 사라지고 만다. 또는 밤이 될라치면 술을 마시고 때때로 색다른 계집을 품안에 안아 볼 수 있는 것으로 직업의 권태와 낮에 피곤을 잊으며 한편으로는 남이 맛보지 못하는 느긋한 행복을 혼자만 느끼는 줄 여기고서 몸을 소승겨가며 끝없이 기뻐하며 내려왔다.
그래 다른데는 돈 한푼에 치를 부르르 떨었지만 술이나 계집등사에 들어서는 몇 십원쯤은 아까운 줄 모르고 퍽퍽 쓰는 버릇이 아주 그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게된 지 벌서 여러 달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