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속아 산다는 세상이기로 ‘ 요같이 속이고 요같이 가증하게도 속아산다는 말이냐?’
김철은 그래도 오늘 안으로 무엇을 찾을까하고 무슨 직업을 행여나 붙잡을까 하고 온종일 쏘다녔으나 역시 전일과 마찬가지로 빈주먹만 쥐고 자기 집 대문 안을 들어서며 무엇을 한껏 원망하는 듯이 힘있게 부르짖었다.
오늘 아침에도 집밖을 나올 때에는 온갖 희망을 한아름 안고서 나오기는 나왔으나 이제 와서는 모두다 절망의 구렁텅이로 보기 좋게 빠지고 말았다.
그래 말이 안나올 만치 기가 막힐 지경이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야 설마 무슨 빛이 안 보일라고… 조그만 벌이라도 생길터이지.’ 하고 서울바닥을 미친개 모양으로 허구헌날 쏘다녀 보았으나 오늘까지 밥벌이를 붙잡지 못하고 헛수고만 하였다. 가는 곳마다 모조리 거절을 당하였다.
신문배달부가 되겠다고 몇 군데나 찾아가서 몇 번이나 말해 보았으나 지금은 빈자리가 없다고 번번이 거절을 당하였다. 어떤 때는 영구한 직업이 아니라도 하루 벌어서 하루 먹겠다는 생각으로 개천 고치는데 가서 감독인 듯한 일본사람을 보고 자기도 좀 써달라고 간청하듯이 말해 본적이 있다. 그때에 일인은 한참 아래위를 훑어보더니만
“당신 같은 사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소? 우리는 같은 삯을 주겠는데 당신 같이 약한 사람은 도저히 쓸 수 없으니까 아니 되겠소… 더구나 손에 못하나 아니 박힌 사람이…”
하고 대번에 거절을 당하고 말았다.
과연 그는 다른 사람한테 약한자 로 아니 보일 수 없을 만치 되어있다. 잘 먹지를 못해 빼빼마르고 색에 골아서 얼굴빛이 죽은 사람같이 창백하였다.
그가 색에 골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람이 구차해서 점점 가난뱅이가 될수록 성욕은 모르는 사이에 더 한층 날뛴다. 그것은 있는 놈들의 할 일 없어 주색에 빠지는 거 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김철이도 모든 것을 주리는 대신에 ? 하나만은 배불릴 수 있었다.
화가 나서 돌아다니다가도 이 냉랭한 세상에서 받다보지 못하던 위안을 아내에게나 받아볼까 하고 그의 품안으로 기어든다.
어떤 때에는 아무 죄도 없이 고생살이를 하는 아내가 불쌍하고 측은해서도 자연히 가깝게 하고 만다. 며칠 전에도 냉방에서 자게 된 때가 있었다. 그때에 자기는 참다못해 아내의 손을 꽉 쥐며
“이 추운 날 냉방에서 어떻게 잔단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