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의 첫날

이익상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0년 08월 0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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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창호가 회사에 출근하려고 자기 방에서 양복을 급히 입으려 할 때에, 안방에서 그의 아내의 “응.” 하고 앓는 소리가 들리었다. 그는 벌써 알아차렸다. ‘인제는 기어이 집안 식구가 하나 더 불게 되나 보다.’ 하고, 벽에 몸을 기대고 앉아서 끙끙 앓는 소리를 하다가 들어오는 남편을 보고 비기었던 몸을 두 팔에 힘을 주어 일으키면서,
“오늘 회사는 그만두어요.” 한다.
창호는 미리부터 예정한 일이었으므로 그렇게 놀라지는 아니하였으나, 그러나 무슨 일이든지 오랫동안을 두고 기다리다가 기다리던 그 일이 문득 성취할 때에 모든 사람이 놀래게 되는 것과 같은 놀라움을 아니 느낄 수 없다. 그리하여 자기 처의 옆으로 가까이 가서 일어나려는 몸을 부축하여주면 서 물었다.
“언제부터 그러우?”
“말은 안 했지만서두요. 몸이 거북하기는 어저께부터였어요. 그러더니 인제는 아주 견딜 수 없을 만큼…….”
아내는 겨우 여기까지 말하고, 다시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고 배를 걷어쥔다.
창호는 가슴이 두근거리었다. 어떠한 큰 난관이 눈앞에 당도한 듯하였다.
“여보! 그러면 인제는 정말 해산할 때가 왔나 보오.”
전일에도 가끔가다가 자기 처가 배가 아프다 하여 밤중에 산파를 부르러간 일도 있었고, 또는 약국으로 약을 지으러 간 일도 있었다. 그러할 때마다 창호는 혼이 떴었다. 그리하다가 그와 같은 배아픈 증세가 가라앉아 겨우 안심한 뒤에는, 반드시 자기 처에게 기왕 당할 일이면 얼핏 당하였으면 좋겠다고 말한 일도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그의 아내도
“그래요. 맞을 매는 얼핏 맞아버리는 것이 시원하다는데요.”
하며, 걱정스러운 듯이 말하여 오던 터이었다.
“그러면 내가 지금 가서 산파를 불러오리라.”
하고, 창호는 배를 거머쥔 아내를 그대로 두고, 급히 문 바깥으로 나가려 하였다. 아내는 고통에 못 이기어 힘없이 나오는 소리로,
“이불하고 요를 좀 내려주어요.”
하며, 방 윗목에 개켜놓은 이부자리를 가리킨다.
창호는 밖으로 나가려던 발길을 방 윗목으로 다시 돌이켜 이부자리를 들어다 아내에게 눕도록 자리를 내려준다. 아내는 앉았던 자리에서 요 위로 옮겨 누우면서 다시 크게 “응.” 하고 앓는 소리를 한 번 질렀다.
그는 해쓱한 듯도 하고, 상기된 듯도 한 아내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유심히 바라보고 바깥으로 나와 구두를 신을 때에 방 안에서 “얼핏 다녀오세요.”
하는 소리가 신음하는 소리와 함께 섞이어 또다시 들리었다.

저자소개

1895년 5월 12일 ~ 1935년 4월 19일. 일제 강점기의 소설가 겸 언론인

목차소개

<저자 소개>
구속의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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