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 바람일지라도 품에 안을 수 있다면. 인아는 생각 말미, 코트의 깃을 단단히 여몄다. 해 질 녘 바람이 싸늘하긴 인아나 낙엽들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는지 녀석들은 공원 산책로를 가로질러 굴러다니다가도, 곧 주섬주섬 무리지어 한 귀퉁이에 모여 앉기를 반복했다. 인아의 눈에는, 그 모습이 마치 기력이 다한 두 노인이, 팔을 벌려 서로를 꼬옥 끌어안고 있는 것으로도 보였다. 그녀는 자신도 끼어 달라고, 괜스레 낙엽더미를 부츠 끝으로 두어 번 건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결핍과 개방성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들은, 인아가 자신들과 같은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그리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