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통한 샛문이 홱 열렸다.
"이 사람아. 원 그렇게 못 듣는담. 이리 좀 나오게."
새끼 꼬기에만 열중하였던 김서방은 깜짝 놀라 머리를 들었다.
"아 이리 나와!"
버럭 지르는 소리에 김서방은 어리둥절하여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무슨 잘못으로 주인이 꾸지람을 내리시려나 하는 불안에 그의 가슴이 웅하고 뛰는 것을 느끼며 사랑으로 나왔다. 그의 눈등이 근지러우며 눈물이 날 만큼 사랑은 밝았다.
"거게 앉게."
주인의 말을 따라 김서방은 쭈그려 앉았다. 주인은 그의 머리에 너저분하게 올라앉은 짚부스러기를 바라보면서 한참이나 무슨 생각을 하다가,
"그런데 자네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앞 벌 밭을 팔았네그리."
주인도 어느덧 비창한 빛을 얼굴에 띠우며 묵묵하였다. 김서방은 앞 벌 밭이란 말밖에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버쩍 들었다.
"낸들 그 밭을 팔고 싶어 팔았겠나마는 형편이 그리 되니 할 수가 있던가."
사년 전에 그가 면장 운동하면서 그 밭을 금융조합에 저당할 때는 면장만 되고 보면 그 밭만은 쉽사리 찾게 되리라 하였으며 그 위에 모든 것이 자기의 맘대로 될 줄을 알았으나 실제 면장이 되고 보니, 씀 새가 넓어지며 그 밭을 찾기는 고사하고 이자도 못 물어서 미구에 밭을 앗기우게 될 모양이므로 하는 수 없이 그 밭을 팔았던 것이다. 김서방은 그제야 다소 짐작되었다. 동시에 그는 몇천 길 되는 낭 아래로 떨어지는 듯 앞이 아뜩해지며 핑그르 도는 듯하여 머리를 푹 숙였다.
어려서 양 부모를 잃은 김서방은 이 마을, 저 마을로 전전걸식하다가 다행이라 할지 면장의 아버지인 박초시의 눈에 들어, 이 집의 고용으로 있게 되었으며 주인과 손에 손을 맞잡고 앞벌을 개간하였다. 따라서 해가 거듭할수록 농사가 잘되며 전지가 하나 둘 늘어가는 데는 그는 주인의 것이라는 관념을 전연히 잊고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였으며, 그런지 몇 해에 주인 박초시는 이 신화면에 둘도 없는 재산가로 명성을 날렸던 것이다.
"자네는 하인이 아니라 내 아들이니…… 참말 우리집 주춧돌이니, 자네가 없으면 우리집 꼴이 되겠나. 그저 돈만 모이게 되면 자네 장가도 보내주고 한 살림 톡톡히 물려줄 것이니. 응 이사람아."
주인 박초시는 때때로 이렇게 말하여 김서방으로 하여금 극도로 감격하게 하였으며 잠시도 놀지 않고 일을 하게 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