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방의 부부 싸움은 대개 열두시쯤 되어야 시작된다. 앙칼진 여자의 항변이 나오고 돌을 치는 것 같은 강한 남자의 고함이 높아 가면 마침내 물건 부수는 소리로 발전한다. 그 때가 되면 벌써 나는 잠을 깬다. 나는 깬 채로 한동안 싸움 소리를 듣기만 한다. 찬장을 부수는 소리 문을 때리는 소리 아이들의 울부짖는 소리 사람 치는 소리 등이 뒤범벅이 돼서 위험감이 느껴져야 비로소 나는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를 흔든다. 아내는 멋도 모르고 눈이 동그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