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날, 춥고 바람 많이 불던 겨울밤이었다. 박교장의 집 행랑에서 글 읽는 소리가 나더니 꺼져 가는 촛불처럼 차츰차츰 소리가 가늘어 간다. 그러다가는 다시 옆에서 어린애 입에 젖꼭지를 물리고서 졸음 섞어 꽥 지르는 소리로,
"어서 읽어!"
하는 어머니 소리에 다시 글소리는 굵어진다.
나이는 열두 살. 보통학교 사년급에 다니는 진태(鎭泰)라는 아이니 그 박교장의 집 행랑아범의 아들이다.
왱왱 외우던 글소리는 단 이 분이 못 되어 다시 사라졌다. 그리고는 동리집 시계가 열한시를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면은 고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