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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애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0년 08월 2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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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어렴풋이 잠이 들었을 때 중얼중얼하는 소리에 수방이는 가만히 정신을 차려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집안 살림에 대한 걱정인 듯싶었다. 그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집안 살림에 대한 걱정인 듯싶었다. 그래서 그는 포로로 눈이 감기다가 푸루룽하는 바람소리에 그는 또다시 눈을 번쩍 떠서 문켠을 바라보았다. '아이 저 바람 저것을 어쩌나!' 무의식간에 이렇게 중얼거리며 밤사이에 많이 떨어졌을 사과와 복숭아를 생각하였다. 이 생각을 하니 웬일인지 기뻤다. 무엇보다도 덜 익은 것이나마 배껏 먹을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번 바람에 저 실과가 다 떨어질 터이니……"
"그러니 내 말이 그말이얘요. 실과도 돈 값어치가 못 되고 채마니 뭐 변변하오. 그러니까 일꾼을 줄여야 하지 않겠수."
"글쎄 나도 그런 생각이여. 그러나 지금 배추밭 부침 때가 아닌가. 그러니……"
"그게 뭐 걱정이 되어요. 배추밭 부침이나 해놓고 나서 내보내지."
"그럴까?"
"그러면요"
수방이는 어느덧 졸음이 홀랑 달아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누구를 내어보내려누. 맹서방이 안 될는지 혹은 추서방인지…… 아이 누굴까? 하고 귀를 기울이나 그들은 잠잠하고 숨소리만 높을 뿐이다.
어느 때인가 깜짝 놀라 깨니,
"수방아 어서 밥 지어!"
어머니의 음성이다. 그는 펄쩍 일어는 나면서도 눈이 자꾸만 감겨지며 정신차릴 수가 없었다.
"이애 얼른."
그가 재차 놀라보니 문턱을 집고 자고 있었다.
"이놈의 계집애, 또 한 개 붙여 주어야 일어날 모양이구나!"
지정이 저르릉 울린다. 그는 그제야 안타깝게 감겨지는 눈을 손으로 부벼치며 문밖으로 나왔다.
산뜻한 바람이 그의 앞머리칼을 살랑살랑 흔들어 주었다. 그는 적이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무심히 하늘을 쳐다보며는 '언제나 잠을 실컷 자보누'하였다.

저자소개

1906년 4월 20일 황해도 송화에서 태어났다. 1924년 잡지 《금성》에 ‘강가마’라는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했고, 고향에서 학생과 농민을 지도하며 신간회와 여성 단체인 근우회 활동에도 참여했다. 1931년 단편 소설 「파금」으로 문단에 데뷔했고, 장편 소설 『어머니와 딸』을 발표하면서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병마와 생활고 등 온갖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식민지 조선의 빈궁 문제와 여성의 고통을 작품화하는 데 힘썼다. 작가 강경애의 문제의식이 결정적으로 드러나는 『인간 문제』와 「지하촌」을 비롯해 「원고료 이백 원」, 「소금」, 「어둠」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목차소개

<작가 소개>
채전(菜田)
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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