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사흘째다.
무슨 일로 결석을 하는지 이웃에 사는 녀석들과 물어도 모른다고 하며 집도 어느 모퉁인지 딱히 안다는 녀석이 없다.
시골 농촌과 달라 한반에 다니는 동무라도 피차 서로 주소를 모르고 지내는 것쯤은 보통사라 하겠지만 그러나 인규에게 한해서만은 그럴 리 없을 것 같다.
공부를 잘하고 동무 사이에 쌈 한 번 하는 일 없고 운동도 잘하고 게다가 급장까지가 아닌가?
누구든지 그에게 대해서만은 악의를 가지는 일 없고 서로 다투어가며 친하게 지내려 애쓰는 반 내의 인기자(人氣者)인데 어째서 그의 주소를 모를까?
근방에서 사는 줄은 알지만 어느 모퉁이가 그의 골목이며 어떤 집이 그의 거주하는 집인지는 통히 모른다니 그러면 이때까지 그가 반 내의 인기자였다는것은 전부가 자기의 잘못된 추측이었던가?
만약 그것이 자기의 잘못된 추측이었다면 그러면 사흘 동안의 그의 결석에서 반 내 동무들이 모두가 섭섭해 하며 자꾸 외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확한 단정은 얻을 수가 없다.
영식은 다시 한번 빽하니 들어찬 중대가리들의 얼굴들을 둘러본 다음 창밖을 내다보며 속으로 오늘은 방과 후 백사불고하고 인규의 가정 방문 할 것을 궁리했다.
그러는데 하학 종소리가 울려온다.
바로 마지막 시간인지라 중대가리들은 영식의 명령이 내리기가 바쁘게 도구들을 책보에다 걷어 싸며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한다.
방 내에는 이내 보오야니 먼지가 일기 시작한다.
옆방에서는 벌써 ‘기립’ ‘예’ 소리의 뒤를 이어 책상을 들어 올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인다.
한시 바삐 뿔뿔이 흩어져가려고 초조해 하는 녀석들을 교정에 정돈시켜놓고 매일 되풀이하는 내일의 주의를 형식대로 판에 박은 듯이 일러준 다음 해산을 시키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무의식중에 긴 한숨이 흘러 나오며 늘어진 기지개가 켜진다. 시계를 쳐다보니 10분 전 4시다.
제각기 서로 떠들며 몰려드는 동료들의 얼굴에도 피곤한 빛깔이 역력히 들어나 보인다.
영식은 잠시 그 모양들을 바라보다가 자기의 자리에 가서 학적부를 펼쳐들고 인규의 주소를 조사했다.
번지까지 정확하게 적혀 있다.
수첩을 꺼내 적은 다음 그는 곧 교장에게 가서 사유를 말한 다음 총총히 책보를 싸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바로 방과한 뒤라 골목은 아이들의 물결로 터질 지경이다.
처처에서 번갈아 하는 인사 소리들을 대강 귓등으로 받아 흘리며 큰 거리에 나서니 비로소 우리에서 풀려난 듯 가슴속이 후련해진다.
그는 걸음거리도 가볍게 도로 위를 한참 가다가 다시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어 수첩에 적어논 ××구 인규의 주소를 찾기 시작했다.
지저분한 골목이다.
가끔 만주인 마차가 덜칵거리며 지날 뿐 꽤 한적한 음침한 골목이다.
펼쳐보기
내용접기
저자소개
함북 명천 출생의 작가. 일명 금남(錦南). <동아일보> 기자 역임. 광복 직후 북조선예술가총연맹 함북 중앙위원으로 활동. 1934년 <마음의 태양(太陽)>을 <조선일보>(1934. 5. 18-9. 15)에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격랑> <별> <사생첩> <길> 등을 발표. 그는 생활문학과 예술 문학에 대해 고민하였으며, 목적의식이 강한 작품세계를 지향하려 했다.